[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IBM이 16일로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1990년대 초반 붕괴위기까지 몰린 적이 있지만, IBM의 100년은 그대로 세계 IT의 역사다. 1911년 설립 첫해인 IBM의 순이익은 80만 달러에 불과했다. 2010년 IBM의 순이익은 148억 달러로 늘어났다. 그 사이 주식은 약 4만배가 됐다.
IBM의 100년 역사의 주춧돌은 1914년에서 1952년까지 IBM을 이끈 토마스 왓슨 시니어의 경영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활동과 IBM의 역사는 지금도 IT 대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충분한 귀감이 된다.
CNN머니가 16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CEO를 위한 IBM의 5가지 교훈을 정리했다.
◆직원들이 CEO를 신뢰하게 하라
IBM은 1911년 컴퓨팅-타뷸레이팅-레코딩이란 회사로 출발한다. 월가 자본가인 찰스 플린트가 작은 회사들을 오합지졸처럼 합쳐 놓은 모습이었다. 1914년 왓슨이 합류할 때만 해도 회사는 중구난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사기는 떨어졌고 각 부분의 관리자들은 서로 아귀다툼에 여념이 없었다.
왓슨은 가능성부터 이야기했다. 직원들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부터 갖게 했다. 왓슨은 30여명의 고위 임원들이 모인 첫 미팅에서 회사 일이 미래에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회사 이름도 국제 비즈니스 머신, 즉 IBM으로 바꾸었다.
점차 직원들은 그를 믿게 됐고, 직원들은 단순히 직업을 갖는 게 아니라 중요한 미션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거의 광신도 문화를 만들어라
왓슨은 강한 기업은 동질한 기업 문화를 보유하고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직원들이 공유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고 믿었다. 이 믿음이 하도 강해서 기이할 정도였다. 그러나 일단 이런 믿음에 동조한 직원들은 더 강고하게 결합했다. 물론 이런 문화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은 떠나가야만 했다.
예를 들어 노 알콜(no-alcohol) 정책, 하얀색 셔츠 의상 문화, IBM에 관한 노래를 집단적으로 부르는 문화 등이 그런 사례다. 또 수천명의 영업사원들이 뉴욕 엔디콧 언덕에 텐트를 치고 숙박하게 했던 것도 대표적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과감하게 베팅하라
대공황 이후 경기침체가 극심했던 1930년대에 왓슨은 크게 베팅을 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직원을 해고하고 공장을 폐쇄하며 연구개발비를 줄일 때 왓슨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엔디콧에 최신식의 연구소를 설립했다. 상황이 안 좋을 때 오히려 수요가 폭발할 미래를 미리 대비하고자했던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는 예상보다 길어졌고 IBM의 재정상태는 거의 파산지경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그런데 1936년에 기회가 왔다. 사회보장법이 통과함에 따라 급료를 정산하고 기록하기 위한 정보 처리 문제가 급부상했다. 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회사는 오직 한 곳이었다. 바로 IBM이다. 투자가 빛을 본 것이다.
와슨과 그의 아들 토마스 왓슨 주니어는 그 후로도 여러번 과감한 베팅 실력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게 1960년대의 '시스템/360 컴퓨터'다. 이는 최근 애플이 아이폰에 베팅한 것과 비교할 만한 일로 평가된다.
◆제품이 인구에 회자되도록 하라
왓슨 시절에 대부분의 사람은 IBM의 백오피스 컴퓨터를 만질 수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왓슨은 이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1939년 뉴욕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대규모 'IBM 데이'를 만들었다. 1940년에는 매디슨 애비뉴에 있는 기업들의 로비에 IBM의 첫 컴퓨터를 한 대 씩 설치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그것이 작동하는 것을 보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IBM 컴퓨터를 직접 보고 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고 그 중요성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에는 딥 블루(Deep Blue)가 체스 경기에서 세계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이긴 게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했고 IBM이란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만들었다.
◆자신보다 나은 후계자를 선택하라
이는 무엇보다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드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리더도 살아서 100년을 갈 수는 없다. 첫번째 후계자는 창업자를 무색하게 할만큼 강력하고 과감한 리더여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큰 회사 설립자들은 대개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있어 그 밑에 있는 다른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후계자 후보들로 하여금 회사를 떠나게 만든다는 점이다.
왓슨은 운이 좋았다. 아들이 있었다. 왓슨 주니어는 아버지처럼 천부적으로 강력하고 와일드한 리더였다. 그들은 이상할 정도로 많이 싸웠지만 아들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왓슨은 IBM을 40년 운영한 뒤 아들에게 넘겼다. 왓슨 주니어는 아버지로부터 배울 것은 배웠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렸다.
이점은 현재 MS와 애플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MS는 빌 게이츠 이후 후계자인 스티브 발머가 강력한 리더쉽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애플이 불러일으킨 모바일 폭풍 속에서 헤매고 있는 중이고, 애플 또한 스티브 잡스의 강력한 리더쉽을 이을 후계자가 마땅치 않아 투자자의 우려를 사고 있는 상태다.
회사가 100년을 장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초기에 흔들림 없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필요에 따라 과감한 베팅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운도 따라야 한다. 후계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 모든 게 급변할 수도 있다.
IBM의 100년은 이 복잡한 과정을 대과 없이 지나온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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