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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도 슈퍼로?"…약사들 '폐업 불사' vs 의료·제약계 '숨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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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투쟁' 돌입, 의료계 '관망'…제약사 "새우등 터질라" 갈팡질팡

[정기수기자] 정부가 박카스에 이어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까지 슈퍼판매를 추진하고 나서자 관련업계에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감기약과 해열진통제, 소화제 등 일부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에는 현행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2분류 체계에 '약국외 판매 의약품' 항목을 추가로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약사계를 비롯한 의료계, 제약업계 등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각각의 이해 관계에 따라 사뭇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약사계 "모든 수단 총동원 저지, 폐업도 불사" 강경 대응

우선 약사계는 약사법 개정안 통과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 투쟁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약사회는 복지부의 입법예고가 발표된 직후 곧바로 성명서를 배포하고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위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약사법 개정 추진에 맞서 이를 저지할 투쟁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약사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전국 최고 4천개 이상의 약국이 폐업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게 약사회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약사회는 총력을 기울여 약사법 개정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약사회는 오늘(2일) 오후 서울 계동 복지부 앞에서 '약사법 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선포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약사법 개정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약사회는 이번 투쟁선포식을 기점으로 그 동안 법 테두리 내에서의 의약품 약국외 판매의 부당성을 홍보해 온 대응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투쟁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국민 홍보전과 대정부 투쟁을 함께 진행하며 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가져올 국민 건강에 대한 폐해를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국 2만여개 약국을 대상으로 '대국민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그 결과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오는 18일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적절한 절차를 무시하고 약사법 개정안을 밀어 붙여 졸속 강행처리하고 있는 복지부는 국민의 건강을 논할 자격이 없다"며 "진수희 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촉구하고 향후 진 장관의 정치적 행보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관망 속 예의 주시...제약업계 '새우등 터질라' 갈팡질팡

반면, 의료계는 이번 약사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일체의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마당에 의료계가 나서서 의·약계간 '밥그릇 다툼'으로 안 좋은 모양새를 굳이 연출할 필요가 없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가 약사법 개정안에 동의하는 이유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편익을 고려한 것이지만, 앞서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에는 한 걸음 떨어져 상황을 주시하는 게 올바른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제약업계는 정작 업계 내에서도 이견이 갈리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일단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을 점 치는 견해가 적지 않다.

A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약사계의 거센 반발이 관건이지만,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시민단체들의 요구 등을 감안하면 시행은 결국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이익단체간의 이해 관계로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설득력을 갖는다.

복지부는 9월 중 법안을 국회에 제출,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내년 상반기에는 감기약 등의 약국 외 판매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의약품 오·남용에 따른 위험 등을 이유로 약국 외 판매에 반대하고 있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B제약사 관계자는 "앞서 장관 고시로 시행된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과 이 문제는 좀 다르다"며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둔 마당에 거대 이익단체인 약사들의 표를 무시하고 개정안 통과가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혹시 통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약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해당 제약사들은 비공식적으로 유통망 준비 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로 얻을 이익보다 약사들의 단체행동으로 받게 될 불이익을 더 우려해야 하는 게 솔직한 업계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현장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제약사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는 복지부의 무리한 탁상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처럼 의약외품의 약국외 판매로 가뜩이나 약사들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까지 슈퍼에 판매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제약사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정책 추진이라는 게 업계의 토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슈퍼판매를 추진하기 앞서 정부가 의·약계의 실타래처럼 얽힌 이해 관계부터 교통정리했어야 하는 게 맞다"며 "의·약계 사이에 낀 제약사는 사실상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질 수 있어 몸 사리기 바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약사법 개정안으로 슈퍼판매가 유력해진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C제약사 관계자는 "슈퍼판매 등과 관련해 아직 검토한 적이 없다"며 "국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논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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