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희기자] 'IT서비스는 이제 지식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지나 온 30년을 발판 삼아 한국의 IT서비스 기업들은 신사업 발굴과 해외 시장 개척, 지식화 작업을 서두르며 또 다른 30년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IT서비스 기업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연구개발이다. 시스템통합(SI) 영역에서 더 나아가 모바일이나 클라우드, 그린IT 등 'IT 컨버전스'를 향해 가려면 경쟁력 있는 기술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IT서비스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IT서비스산업협회 정책연구실 채효근 실장은 "시스템을 구축하던 전산화 시기, 데이터를 쌓아 올린 정보화 시기를 거쳐 이제는 첨단시스템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식화 시기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지식화로 나아가게 된 데는 2가지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SI나 IT 아웃소싱, 컨설팅 등 기존의 영역은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된 상태인데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선 차별화된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30여년 동안 성장 기조를 이어오며 대한민국 정보화를 이끌어 온 IT서비스 기업들이 지식화 시대를 열고, 이를 통해 해외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 IT컨버전스, 모바일 등 '신기술'로 무장
IT서비스 기업들은 특히 새로운 업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의 SI 및 IT 아웃소싱 영역은 포화상태라는 사실에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10조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 해외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SOC 관련 사업이나 보안관제, 지능형빌딩관리시스템(IBS), 전자정부 등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특히 지난 2010년 업계 사상 최대 수출 규모인 쿠웨이트 유정시설 보안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보안과 결합한 IT서비스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LG CNS 관계자는 "IT 서비스 기업이 왜 모바일을 하느냐고 묻지만, 이제는 모든 사업이 모바일로 수렴된다"고 강조했다.
SK C&C는 과거 모바일 결제 시장 경험을 토대로 모바일 금융 분야에서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전자지불 결제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퍼스트데이타와 손잡고 북미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은 좋은 사례다.
IT서비스산업협회 이지운 전무는 "IT서비스 기업들이 SI에만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기술 연구개발 보다는 서비스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기업들은 탄소배출량 제한 정책이나 환경보호 이슈와 맥을 같이 하는 '그린IT' 분야나 개발도상국의 SI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업종을 확대해 앞으로의 30년을 대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큰 결과를 낳은 분야를 꼽긴 이르지만 IT서비스 기업들이 새로운 동력 확보에 대해 한 마음을 이루고 R&D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IT서비스 산업의 재도약이 멀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내 10조 시장 형성한 IT서비스, 이제는 '글로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IT서비스 기업들의 정보화 사업은 쉴 틈이 없었다. 기존에 구축한 전산망을 21세기형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차세대 시스템' 도입이 곳곳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IDC가 집계한 국내 IT서비스 시장 규모는 2000년 2조원에서 2002년 3조원으로, 2006년 5조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 수치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하도급 등은 제외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그 이상이다.
특히 이 시기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정보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자정부 관련 사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통합 관리 사업, 금융시스템 구축 사업 등을 통한 해외진출이 시작된 때이기도 하다.
20세기 후반까지 15~20년간 대한민국 정보화 기반을 닦은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은 ▲SI사업 ▲IT아웃소싱 ▲SOC사업 ▲스포츠SI 등 다양한 방면에 기술력을 갖고 있어 손쉬운 해외진출을 예상했다.
하지만 계열사가 해외에 진출하면서 동반 진출하거나 전자정부 관련 사업이 아닌 다른 경우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는 많지 않다. 사업 수주는 생각보다 급물살을 타지 못했다. 국내 IT서비스 시장이 일정 규모를 이루고 정체된 터라 해외 활로가 절실했던 기업들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IT서비스산업협회 이지운 전무는 "IT서비스는 제품이 아닌 하나의 문화와 서비스를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레퍼런스만 가지고 승부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는 해외 사업에서의 역량도 인정받고 있는 단계라 글로벌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수출 규모도 2008년 4억5천만 달러에서 2010년 12억5천만 달러, 올해는 1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업계 사상 최대 수출 규모로 이목을 끈 삼성SDS의 쿠웨이트 유정시설 보안시스템 통합 프로젝트 수주나 SK C&C의 북미 모바일 커머스 진출, LG CNS의 2009년 인도네시아 국가재정정보시스템 사업 수주 등은 이 같은 전망을 밝게 한다.
IT서비스 기업들은 이제 ‘해외진출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목표로 앞으로의 30년을 향한 '제2의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구윤희기자 yu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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