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리기자] 삼성전자가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 '챗온'이 과연 국내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을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형 단말기 제조사마저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뛰어들면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개발사, 포털, 이동통신사 진영 간 정면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 삼성 휴대폰 기본 탑재…글로벌 시장 겨냥
챗온은 삼성의 독자 운영체제인 바다 OS 기반 스마트폰과 새로 출시되는 일부 피처폰에서 먼저 선보인 후 오는 10월부터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블랙베리까지 다양한 OS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판 카카오톡'으로 알려진 챗온은 일대일 채팅 및 그룹 채팅, 멀티미디어 파일전송 등의 기능을 담고 있다.
기존 모바일 메신저와 기능 면에서는 큰 차이점이 없지만 삼성의 독자 운영체제 바다 OS와 피처폰에 기본 탑재 된다는 점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는 피처폰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 뿐 아니라 피처폰 이용자까지 끌어들여 네트워크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OS와 애플 iOS까지 지원한다면 챗온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국내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챗온이 갤럭시 시리즈에 기본 탑재된다면 서비스 시작부터 1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 측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챗온은 전 세계 121여개국, 62개 언어를 지원한다. 당초 챗온은 바다OS와 안드로이드 OS만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전자는 일반 휴대폰은 물론, 아이폰과 블랙베리, 윈도폰7까지 모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특정 국가, 특정 OS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챗온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키워낼 것이라는 의지다.
그러나 챗온이 넘어야할 산은 앞으로 많이 남아있다. 우선 국내 통신사를 비롯, 120개국의 통신사와 챗온 서비스 실시를 위한 협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제 막 서비스 발표를 한 것이기 때문에 기본탑재 등 여러 사항들에 관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협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10월께 애플 앱스토어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애플 측이 챗온을 받아들일 지 장담할 수 없다. 삼성과 애플은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고 애플 역시 9월께 자체 메신저인 '아이메신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이강민 전무는 "세계의 모든 휴대폰 플랫폼과 단말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메신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삼성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다른 메신저와 차별화하고 삼성 휴대폰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영향 없을 듯'
하지만 업계에서는 챗온이 당분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 단말기에 기본 탑재 된다고 하더라도 모바일 메신저의 경우 시장 선점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이 각각 2천200만 명, 1천2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와 SK컴즈, KT 등 포털업계와 통신업계는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의 성공을 보고 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까지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서비스 내에 이미 형성된 인맥 네트워크를 새로운 서비스로 옮겨오게 하려면 '획기적인' 차별화 전략 없이는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제조사로서 TV, PC, 휴대폰 등 크로스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는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다른 메신저와 비교해 눈에 띄는 차별점이 없어 기존 서비스들을 넘기에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결국엔 유저들 간의 소통과 사용성,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에서 승부가 난다"며 "다양한 플랫폼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글로벌에선 경쟁력이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네트워크 시장 선점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이번 삼성의 챗온 출시에 대해 "경쟁자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고객의 니즈와 마음을 읽는 게 우선"이라며 "카카오톡 역시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하반기 미국 시장 진출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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