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분당(分黨)' 가시화

[채송무기자] 진보신당 분당이 가시화되고 있다.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 건설 합의안이 지난 4일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부결된 이후 진보신당 통합파의 대표 격인 조승수 전 대표와 노회찬·심상정 상임고문이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 건설 노력은 중단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 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부결돼 진보신당 차원의 통합이 이미 불가능해진 상태다. 진보신당 내 통합파들이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려면 진보신당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조 전 대표와 노회찬·심상정 상임고문도 6일 기자회견에서 "진보신당에 버금가는 대체 세력을 빠른 시일 내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진보신당이 분당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노회찬 상임고문은 "당내 진보대통합에 대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계속해 진보대통합 의지를 확인하고 앞으로 나갈 방향을 확인할 것"이라며 "(집단 탈당 등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논의하겠다. 통합을 바라는 분들이 동요하지 않기 위해 의견을 한 군데로 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상임고문은 "지금까지 당내 절차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세 사람이 많은 분들과 새로운 정당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며 "진보신당 내와 당 참여는 안했지만 새로운 진보에 뜻이 있는 이들을 최대한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고문은 "진보신당에 버금가는 주체 형성을 빨리 해 그 주체가 이제까지 논의한 협상의 결과들을 논의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논의했던 양당간 합의가 중단없이 추진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승수 전 대표 역시 집단 탈당을 배제하지 않았다. 조 전 대표는 "지금은 비상시기로 그에 맞는 비상한 방법을 다할 것"이라며 "이제까지 목표 실행 방법과는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회찬·심상정 상임고문과 조승수 전 대표는 일단 당 내외의 통합 세력을 모은 후 집단 탈당한 후 새로운 진보정당 통합에 직접 합류하거나 신당을 만들어 진보통합에 참여할 예정이다.

양당 간 논란이 돼 왔던 국민참여당 합류 문제에 대해서 심상정 상임고문은 "지금까지의 합의를 존중한다"고만 말했다. 이는 국민참여당의 새 진보정당 합류에 이견은 인정하되 합류를 저지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한편, 독자파도 김은주 진보신당 대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김은주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9월 4일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이 부결된 것은 진보신당이 지금껏 지켜왔던 원칙과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대의원들의 준엄한 요구"라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치솟는 물가와 전세대란, 비정규직 확산 등 노동자, 서민의 걱정과 한숨만이 늘어가는 이 사회에서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실현할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진보신당의 크기만을 보지 말고 아름다운 포부를 공유하고 응원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