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약가 일괄인하를 놓고 복지부와 제약업계가 이례적으로 합숙간담회까지 가졌지만, 결국 양 측의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끝났다.
11일 오후 경기도 양평 코바코연수원에서 1박 2일로 열린 복지부와 제약업계의 비공개 간담회는 복지부 실무자와 제약업계 관계자 1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이번 간담회에 걸었던 실낱같은 희망은 말 그대로 '기대'에 머물게 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강조하며 약가인하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것을 요구했으며, 제약업계는 약가 일괄인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등재목록정비가 완료되는 2014년까지 약가인하를 유예하고 인하폭도 1조원 이내로 축소할 것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양 측의 의견은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토론은 상위 50개사, 중견기업, 혁신형기업, 다국적기업 등 4개 그룹으로 구분돼 진행됐으며 제약업계는 분임토론을 통해 약가인하로 인해 '제약사가 몰살될 수 있다'며 호소했지만, 이에 대해 복지부는 약가인하를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밖에도 제약업계는 영업이익의 10%가량을 건강보험재정으로 흡수하는 '리펀드제' 도입과 정부의 약가정책의 한계점을 들어 정책 책임을 묻는 '정책실명제' 도입의 필요성을 전달하기도 했다.
토론에 참석한 한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복지부는 보험재정 악화 논리만을 되풀이하며 제약업계의 약가인하 시행 연기 등 요청에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으로만 일관했다"며 "복지부에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명분만 주게 된 자리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이날 제약사들이 제출한 재무상황 자료 등이 복지부를 납득시키기에 미흡했던 것 같다"며 "복지부는 약가인하 강행 의지를 확고히 한 채 제약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 그쳤다"고 자조섞인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복지부는 제약업계의 의견수렴까지 마친 만큼 약값 일괄인하를 위한 조치를 담은 건강보험법 약제결정 및 조정기준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를 이달 중순 경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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