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기자] 정부가 재벌 계열사들의 공공부문 IT 서비스 사업 참여를 전면 제한한다는 내용의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전략'을 발표하자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정책 방향성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특히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 삼성SDS, LG CNS, SK C&C 등 상호출자제한 대상 대기업 계열의 IT서비스 업체들의 시장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이번 정부 방침이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시장 참여 기회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대기업 참여 제한 바람직"
모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업체의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중소기업을 더 참여시키겠다는 게 이번 정부 발표의 요지인데, 정부가 소프트웨어 업계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대기업 계열사 중심의 IT 시장 구도를 중소 IT기업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법 개정까지 추진한다고 하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프트웨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시장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공정거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고 법 개정 이전까지는 매출 8천억원 이상 대기업의 경우 40억원 이하, 8천억원 미만이면 20억원 이하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것을 각각 80억, 40억원으로 조정해 대기업 '참여하한제'의 범위를 높이기로 했다.
또 다른 SW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고,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지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해결 방안으로 제안된 게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정책 방향성은 맞게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법적인 강제 조항이 없으면 소프트웨어 기업을 살리려는 정부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정부 전략을 뒷받침할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유지보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모 DBMS 기업 관계자는 "공정한 거래에 의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재 소프트웨어 산업의 우선 과제"라며 "SI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 유지보수 비용에 대해 제값을 주지 않아 문제가 많았는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먹고 사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전략에는 '상용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합리적인 유지보수 체제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 설립은 근시안적 방안"
대기업 IT서비스 기업들의 공공 사업 참여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소프트웨어 업계는 정부의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 신설 등 '기초체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DB 솔루션 기업의 한 관계자는 "마이스터고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인력난을 너무 근시안적 접근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업계 종사자들이 제대로 대우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일한다고 하면 3D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인재들이 오지 않는 것"이라며 "별도의 고등학교를 설립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업계 종사자라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지위로나 존중받을 수 있도록 대우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특히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특수 고등학교를 설립해도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업체 한 관계자는 "학교를 만들어도 사람이 안 가면 아무 소용 없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업계에 대한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스터교를 설립한다는 것은 전시행정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굳이 마이스터고를 만들지 않아도 우수한 인재들이 업계에 스스로 발을 담글 것이며,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의 체질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수연기자 newsyou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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