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9월 국회 최대 쟁점인 한미 FTA와 관련해 민주당이 입장이 모호하다. 87명의 소수 야당인 민주당은 힘의 한계가 분명해 무엇보다 단결이 중요하지만, 이견이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은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ISD)와 관련해 선 재협상, 후 비준 입장을 당론으로 갖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8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정부는 국회에 비준을 요구하기 전에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고 특히 ISD는 폐기돼야 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도 ISD 재협상 의사를 피력한 만큼 장관급 합의를 서명 문서로 작성하라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동영 최고위원 역시 "오늘 새벽 2시가 106년 전 '을사늑약'이 체결된 시간이었는데 을사 5적에 이어 신 을사5적이 탄생할 것"이라며 "신묘5적의 길을 갈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자존심을 걸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처럼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한미 FTA에 대해 선 ISD 재협상, 후 비준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참여정부 당시 한미 FTA를 체결한 당사자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6명의 한미 FTA 반대 서명을 모은 당내 강경파는 기본적으로 한미 FTA에 대해 '국민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불평등 협정'이라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한미 FTA는 독이 든 만두인데 이를 고치려면 독을 빼놓고 해야지 먹어놓고 위세척하자고 해서는 안된다"며 "한미 FTA를 찬성하는 사람들과는 통합정당을 함께 할 수 없다"고 작심 발언을 할 정도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인 송영길 인천시장은 17일 광주광역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는 민주당 정권에서 추진된 것으로 FTA를 안하려고 핑계를 찾거나 조건을 거는 방식은 안된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ISD에 대해서도 "그때는 몰랐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의 극치로 한미 양국 모두에 적용되는 양날의 칼로 일방적이지 않다"고 했고 "한미 FTA를 야권통합의 공통분모로 삼는 것은 자기 모순이자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한미 FTA에 대해서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 지사는 트위터에서 "한미 FTA는 우리가 추진했던 정책으로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입장을 취하면 안된다"고 했고, ISD에 대해서도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 당시 한미 FTA를 논의했던 인사들 중 상당수 역시 ISD에 대해 '독소조항인 것은 틀림없지만, 국민 생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한미 FTA에 대해 '인내의 시간이 다해간다'며 강행 처리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민주당 내 이견은 투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어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민주당>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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