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교보문고가 태블릿PC에 대항하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내놨다. 아마존의 킨들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미국 시장과는 달리 국내 시장은 전자책 단말기의 수요가 저조한 터라, 교보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22일 공개된 교보문고의 '교보 e리더'는 기존의 전자책 단말기와는 달리 컬러 구현이 가능한 퀄컴의 미라솔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미라솔 디스플레이는 실내 뿐만아니라 햇빛 아래에서도 글자를 선명하게 읽을 수 있다. 초당 30프레임의 동영상도 재생할 수 있어 강의 시청이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교보문고 성대훈 디지털컨텐츠사업팀장은 "교보 e리더는 기존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사용자들까지 모두 겨냥하는 제품"이라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다양한 미디어를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비하기 원한다"고 강조했다. 태블릿PC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교보문고의 전자책 단말기 출시는 다른 전자책 업체들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다. 과거 국내 시장에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인 적 있던 인터파크, 아이리버, 북큐브 등 대다수 업체들은 현재 신제품 출시를 접었거나 무기한 보류 상태다.
아이리버의 경우 올해 아마존 킨들을 뛰어넘는 해상도의 제품을 개발했지만, 구글과 협력을 통해 미국 시장에만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시장에 출시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이 업체는 지난 9월 자회사 북투를 통해 진행하던 전자책 콘텐츠 사업을 완전 중단하기까지 했다.
◆아마존 '킨들 파이어'보다도 100달러 가량 더 비싸
다른 전자책 업체들이 전용 단말기 출시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영향력이 가히 절대적이다. 국내 전자책 콘텐츠 중 상당량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 소비된다. 교보문고의 지난 1분기 전자책 판매량 중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한 수요는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사실상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국내 전자책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대표 주역인 셈이다.
전자책 단말기의 기능을 흡수한 태블릿이 인기를 얻으면서, 전자책 단말기를 별도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은 교보를 비롯한 다른 전자책 업체들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게다가 기존 전자책 단말기에 비해 비싼 '교보 e리더'의 판매 가격(34만9천원)은 제품 판매의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기존에 국내에 출시돼 있던 다른 전자책 단말기들과 비교하면 최대 16만원 가량 비싸다. 아마존이 최근 선보인 태블릿PC '킨들파이어'보다는 100달러 이상 비싸다.
성대훈 팀장은 "대량 생산할 수 있다면 규모의 경제에 의해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이전까지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돌풍을 일으켜 대량 생산을 유도할 만한 다른 매력 요소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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