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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해법 못 찾고 헤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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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유소 올해 안에 못나와…사이버거래시장도 '감감?'

[정수남기자] 지식경제부가 고유가 해법으로 내놓은 알뜰주유소를 소비자들은 올해 안에 이용할 수 없을 전망이다. 또 정부가 유가안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도 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로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름을 구입해 농협NH 주유소와 독립주유소(무폴),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주유소 등에 공급, 정유사폴 주유소보다 저렴하게 기름을 판매하는 주유소를 뜻한다.

24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15일 실시한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공급을 위한 1차 입찰에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이 참가했으나 적정 가격이 없어 유찰됐다.

이후 한 언론사는 공사가 지난 22일에 2차 입찰을 개최한다고 보도했으나, 석유공사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향후 입찰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추진반 한 관계자는 "공사는 1차 입찰 후 22일에 2차 입찰을 진행한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면서 "향후 입찰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해명했다.

이달 초 지경부는 알뜰주유소 추진 계획을 소개하면서 올해 안에 수도권에 50여곳을 먼저 선보인 후 오는 2012년에는 전국에 500여곳, 2015년까지 1천300곳의 알뜰주유소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 추진상황을 감안하면 알뜰주유소 계획 자체가 불투명하다.

또 공사는 알뜰주유소에 공급할 석유제품 확보를 위해 2단계로 가까운 일본에서 기름을 수입하는 방법 내놨으나, 이 마저도 큰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일본의 석유제품이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공사가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본을 택했지만 오피넷(http://www.opinet.co.kr/)에 공시된 11월 3주 현재 리터(ℓ)당 현지의 고급휘발유가격은 2천242원, 보통휘발유 2천83원, 경유 1천798원으로 우리나라보다 각각 152원, 100원, 14원이 비싸다. 유통비용을 고려할 경우 가격차는 더 확대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일본의 석유제품이 우리나라의 환경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입 후 재정유하거나 법을 고쳐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연료가 연소할 때 이상(異常) 폭발을 일으키지 않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인 옥탄가( Octane Number)의 경우 보통휘발유가 일본이 89∼96, 우리나라가 92∼94로 큰 차이는 없다.

황함량도 두 나라가 똑같지만 일본 제품에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탄소와 올레핀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수입후 검사를 통해 우리 환경기준에 맞지 않으면 재정유를 해야 한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이 역시 가격차 확대 요인이다.

이로 인해 최근 공기업 부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마당에 우리나라보다 비싼 일본의 석유제품을 들여와 싸게 팔아야하는데 석유공사에는 부담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2010년 영업이익 6천594억원 순이익 2천11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지경부 석유태스크포스(TF)는 중국이나 대만산 석유제품의 질이 우리나라와 일본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에 수입대상국에서 아예 제외했다.

아울러 지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폴주유소 육성 정책도 크게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주유소협회의 '2011년 9월 전국 주유소 현황'을 통해 지난 9월 말 현재 전국에 무폴 주유소는 731곳으로 전국 전체 주유소(1만3천285곳)의 5.7%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폴 주유소의 기름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가 제한적이라는 게 주유협 판단이다.

반면, 지경부 측은 무폴 주유소 육성책은 소비자에게 저렴한 기름을 공급할 수 있고, 무폴 주유소 인근의 경쟁주유소의 기름값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4월 지경부 석유TF가 내놓은 석유제품 사이버거래시장도 올해 안에 나오기는 어렵게 됐다. 당초 지경부는 기획재정부, 한국거래소 등과 함께 올해 안에 주유소, 대리점 등 대량 구매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이버거래시장을 선보여 정유사 간 경쟁 촉진으로 유가를 내리겠다고 계획했다.

안상환 한국거래소 부장은 "사이버거래를 위한 시스템개발은 마쳤으나, 시스템 점검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 출시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늦어도 내년 1/4분기에는 석유제품의 사이버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유가 안정책은 단기적인 방안이라기 보다는 장기적인 방안이라는 게 소비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의 분석이다.

반면, 단기 유가안정 대책과 관련해 지경부 석유산업과에서 유가와 석유수입부과금 업무를 맡고 있는 윤선영 사무관은 "지경부는 다양한 단기 유가 안정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는 있으나 '과장급 이상만 언론에 응대하라'는 지경부 방침상 알려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조영신 석유산업과장은 "지경부는 ▲유가 가격공개제도 확대 ▲알뜰주유소 ▲무폴 주유소 강화 등 유가 안정책을 내놓았고, 추진하고 있다"며 기존 정책만 되풀이 했다.

김종옥 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도 이와 관련, "현재 정부는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계획이 없다"며 정부의 유류세 인하 계획을 일축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이기웅 간사는 "현재 정부는 물가 관리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석유공사가 지난 2000년대 초반 '오일팩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전자상거래를 실시했으나, 지경부의 반대와 정유사들이 이에 대항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프로그램 '오일체인'을 선보이면서 흐지부지 사라졌다.

이와 함께 지경부가 2012년에는 석유제품 선물시장 개설을 추진한다고 했으나, 선물시장이 문을 열 경우 투기 자본 유입으로 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정유 업계는 우려했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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