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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KT 광케이블 '필수설비' 추진···KT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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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대며 설비제공 회피정황…유선투자 위축은 우려

[강은성기자] KT의 유선망 필수설비를 다른 사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도를 개선한다. 그동안 법률에 의해 필수 설비를 제공해야 했던 KT가 제대로 법률을 이행하지 않자 고시를 통해 제공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KT는 이렇게 될 경우 유선망 구축을 위한 설비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5일 방통위가 개최한 '전기통신설비제공 제도 개선(안)' 공청회에서도 이같은 제도 개선의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이 개선안은 설비제공 의무 사업자인 KT의 설비 제공 범위를 확대하고 임대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설비 의무제공 대상에서 제외했던 2004년 이후 구축 광케이블을 이번에 의무제공 대상으로 확대했고 관로를 빌려줄 경우 여유 공간도 KT 자체 기준인 150%를 120%로 못박아 규정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방통위 "KT, 핑계대며 망 안빌려줘"

KT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등을 할 수 있는 유선망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관로, 전봇대 등을 후발사업자에게 빌려줘야 하는 의무제공사업자다. 정부는 법률을 통해 KT가 필수설비를 제공해야 할 범위를 규정하고 이를 이행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KT가 그동안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설비 제공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현장 80여곳을 직접 조사한 결과 KT의 필수설비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방통위 조사를 살펴보면 서대문구와 용산구, 부천시 등지에서 KT는 필수설비 임대를 요청한 사업자에게 '제공불가'를 통보했으나 방통위가 직접 현장 조사를 한 결과 '불가 사유 오류'라는 판정을 받았다.

즉 KT가 빌려줄 수 있는 환경이었음에도 거짓 핑계를 대 빌려줄 수 없다고 한 점이 드러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설비제공 실적이 현저히 낮고, 승인율이 20~3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제공 조건이 까다롭고 의무제공 예외 대상 설비가 광범위한데다 제공 절차까지 복잡해 사실상 '안빌려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통위는 KT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설비제공을 회피할 수 없도록 제공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2004년 이후 구축한 광케이블도 설비제공 대상에 포함하며 관로의 케이블의 여유율을 KT 자체 기준이 아닌 고시로 기준을 구체화 했다"면서 "또한 운영중인 관로 역시 내관의 비율을 고시에 규정해 KT가 자체 규정만으로 임대 사업자들에게 망 빌려주는 것을 부당하게 회피하지 못하도록 명확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징벌적 개정안 부당"…"1조 유선투자액 증발할수도"

이같은 개정 움직임에 대해 KT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승인 거절에 대한 현장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체 투자를 위축시킬만한 제도 개선을 이처럼 '징벌적'으로 개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도 개선에 대해 제공 당사자인 KT와 어떤 협의도 없이 진행하는 것은 관례에도 어긋난다고 강한 주장을 펼쳤다.

KT 관계자는 "KT는 매년 1조 8천억원 상당의 설비투자를 유선망에 해왔다. 최근 4년간 설비투자액은 6조6천400억원에 달한다"면서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대한 유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고 실제로 이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유선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도가 바뀌면서 KT가 투자해 온 광케이블을 경쟁사업자들에게 개방하면 경쟁사업자들은 제대로 된 투자도 하지 않고 무임승차 격으로 사업을 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KT는 투자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KT가 2004년 이후 구축한 광케이블을 의무제공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법적으로 보장한 사안이었고, 사업자는 이 법을 믿고 그동안 투자를 해왔다"면서 "이번 법 개정으로 2004년 이후 구축한 광케이블을 모조리 경쟁사에 내어주라고 한다면 누가 법의 안정성을 믿을 수 있겠나. 정책적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방통위 측은 "무조건 설비를 개방해 경쟁사에 퍼 주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KT가 의무제공 사업자로서 설비 제공을 해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한 기준을 통해 가르려는 것"이라면서 "KT도 방어적인 태도로 경쟁사에 설비 임대를 주저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기준을 통해 효율적인 자원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용사업자, KT 믿고 설비투자 게을리해선 안돼

방통위의 개정안은 오는 30일 전체회의에 보고안건으로 상정된 뒤 본격적인 개정 절차를 밟는다. 위원회 승인이 떨어지면 KT는 내년부터 의무제공 범위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다만 방통위는 의무제공사업자인 KT에 대한 관리감독을 엄격히 하는 대신 임대시설 제공으로 혜택을 누리게 되는 '이용사업자'에 대한 감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KT와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유선부문 설비투자액이 KT에 못미친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하나로통신 합병 당시 반짝 투자를 한 것 외에는 연간 4천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1년 설비투자액이 KT의 분기별 투자액보다도 적은 셈이다.

더구나 방통위는 2기 위원회 정책활동을 통해 10GB 인터넷, 즉 지금보다 10배빠른 기가인터넷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이같은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KT를 비롯한 유선망 사업자들의 설비투자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증권가 통신전문가는 "필수설비 임대는 이제 예전처럼 파급력을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KT도 그리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고, 경쟁사도 자가망 비율이 높아 눈에 띄는 혜택이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이용사업자들이 임대망을 빌미로 제대로 된 투자를 하는지 관리감독 또한 엄중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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