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비용을 지불한 이용자는 인터넷을 이용할 때 합법적인 콘텐츠나 서비스를 그 내용이나 형태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용량은 한계가 있다. 한계가 있는 통신자원을 이용하려다보니 극소수 이용자가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면, 대다수 이용자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고 아예 이용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 미디어의 보급으로 폭발하는 인터넷 데이터 시대를 맞고 있다. 과연 어떠한 해결책이 우리 모두의 인터넷 이용을 자유롭고 원활하게 하는 것일까. 인터넷 이용을 차별하거나 접속을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묘책은 없는 것일까. 아이뉴스24는 독자들과 함께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특별취재팀 안희권 기자, 강호성 기자, 강은성 기자, 원은영 기자]
"아직도 카톡(카카오톡) 안하냐? 스마트폰 좀 사라."
직장인 이우성 씨(34세, 서울 구로구)가 최근 아내와 함께 스마트폰을 마련한 이유는 주위의 '눈치' 때문이었다.
이 씨는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보니,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 등 편리한 서비스가 많고 유튜브로 재미있는 영상도 즐길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 문맹인에서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손 안의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즐기려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앱스토어나 티스토어 등에서는 애플리케이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망중립성은 이용자 위한 '新인터넷헌법'
스마트폰 이용자는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2천만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으로 메일 확인이나 웹서핑은 물론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메신저나 마이피플처럼 무료로 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유용한 유료서비스도 많다.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무료인 카카오톡의 경우 3천만명, 마이피플의 경우 1천5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카카오톡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많은 '무료' 인터넷 서비스라도 근본적으로 보면 무료라고 할 수 없다. 이용자가 지불한 '데이터 이용료'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유료서비스인 것이다. 기존 1만원대였던 이용자들의 기본요금이 2만원 이상 올랐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최소 3만4천원 이상의 정액요금제를 이용해야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데이터 이용료를 지불한 소비자들은 어떤 서비스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과 같은 무료서비스나 모바일 게임 및 최신 영화, 음악 등을 추가 요금을 내고 유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용량이 폭증하면 통신사들은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다보면 타사 고객이나,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이트의 사용을 제한하려 들 가능성이 많다.
이 지점에 '망중립성'의 개념이 담겨 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데이터는 그 내용이나 유형, 제공 사업자나 부착된 단말기기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및 장치나 기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용자들의 권리를, 트래픽 폭증의 시기인 지금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금 냈으니 무조건 '내 맘대로?'
전체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망의 용량도 계속 커져야 하는데, 망의 진화나 사용량이 인터넷 사용량을 못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망중립성'의 문제가 생긴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경우를 경계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이용자의 90%는 '적정수준'의 트래픽을 유발하며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한다. 이들은 웹페이지 탐색이나 메일 확인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동영상 이용, 음악 다운로드 등을 쓴다. 지도 서비스나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 다른 기기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테더링'도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이용해도 망에 과도한 부하를 일으키지 않는다. 90% 가량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10% 가량의 이용자들의 행태는 다르다. '초과량 이용자(heavy user)'로 분류되는 이들은 유선 인터넷의 경우 10% 가량이 전체 이용량의 80%를, 무선의 경우 94%의 트래픽을 사용한다.
표현명 KT 사장은 "스마트폰 인터넷 이용량이 급격히 늘어난 현재, 무선에서 1%의 이용자가 전체 트래픽의 40%를 점유한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변에 초과량 이용자가 있다면, 나머지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인터넷 접속속도가 느려지거나 접속이 되지 않는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망의 활용 문제는 이 지점에서 사회적 이슈가 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2천만 가량의 가입자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이용한다면 이동통신 망은 과부하로 인해 막대한 정체를 겪을 수도 있다"며 "이제 유선, 무선 등 인터넷 망에 대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이용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합리적 트래픽 관리의 지혜는?
뿐만 아니라 인터넷방송, 클라우드처럼 새로운 서비스는 계속 등장한다. 이런 서비스들은 사용자들에 유용한 것들이지만 많은 트래픽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통신사의 수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수익' 문제로 인해 통신사와 인터넷 사업자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정책결단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 정부가 정립중인 '망중립성 정책 방향'은 기업의 지배력 지형도에도 변화를 줄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망중립성 원칙을 내놓았다. 미래 인터넷시장 선도를 위한 세부정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와 EU를 중심으로 하는 망중립성 논의 역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망 사용에 대한 올바른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이른바 '망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다. 정부의 원칙과 이에 대한 문제점, 그리고 향후 세부 정책과제에 대해 다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나성현 박사는 "인터넷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이, 초과량 이용자들 때문에 당초 의도와 달리 '불합리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단초로 작용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우리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논의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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