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기자] 그 동안 컴퓨터의 주된 인터페이스는 마우스와 키보드였다. 윈도95와 함께 대중화된 마우스는 이후 15년 이상 PC와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 왔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대중화되면서 마우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터치스크린' 맛을 본 고객들이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출시될 예정인 윈도8이 태블릿 기능을 대거 포함한 것으로 알려져 터치 컴퓨팅이 PC 인터페이스의 대세로 떠오를 전망이다.
터치 컴퓨팅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후 급속하게 확산됐다. 멀티터치 기능을 갖지 못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사실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태블릿PC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터치 바람이 올해는 PC로 넘어올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PC 터치시대 열린다…윈도8이 기폭제될 것
터치 컴퓨팅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터치 기반 태블릿PC가 생활 깊숙이 보급됐기 때문이다. 태블릿PC는 기존 PC에서 사용 중인 마우스 입력방식을 멀티터치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태블릿PC 외에도 애플 맥컴퓨터에서 트랙패드를 통해 시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맥컴퓨터에서 채택 중인 매직 트랙패드는 윈도 노트북PC에서 채택했던 터치패드와 다르다. 기존 방식은 원포인트 터치 기능만을 지원하지만, 애플 트랙패드는 멀티 터치까지 가능하다. 사실상 태블릿PC 화면에서 구현했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PC 화면에 손가락을 접촉하지 않을 뿐 멀티터치 입력을 그대로 구현한다. 일부 사용자는 오히려 이 방식을 선호한다. 태블릿PC와 달리 화면에 찍힌 지문자국을 지운 일이 없기 때문이다.
HP는 몇년 전부터 데스크톱PC에 풀터치 스크린 기능을 탑재한 터치스마트 모델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태블릿PC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터치 기능은 아니다. 터치 컴퓨팅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살 만 하다.
MS 서피스도 빼놓을 수 없다. 멀티터치 테이블 컴퓨터로 불리는 MS 서피스(Surface)는 윈도7을 채택했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와 함께 선보인 제품은 1세대 서피스보다 강력해지고 견고해 졌다. 기능 외에 무게와 두께가 줄어 응용분야가 커졌다. 손가락으로 직접 화면을 누르거나 동작 인식 기능을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작동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왜 터치 입력방식에 환호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사물을 판단할 때 1차적으로 눈과 코, 입, 손 등의 신체도구를 이용한다. 이런 것을 휴먼인터페이스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손은 제일 편리한 도구다. 컴퓨터 마우스가 대중화 될 수 있었던 것도 손으로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애플의 매킨토시와 MS 윈도95 운용체제 영향력를 무시할 수 없다.
◆터치 컴퓨팅, 인간의 본능에서 출발
멀티터치 기술은 마우스없이 컴퓨터 화면에서 직접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접촉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중간의 매개체(키보드나 마우스)없이도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다만, 전자기기, 특히 컴퓨팅 영역에서 접촉(터치)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어 주력 입력장치로 자리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멀티터치 기술의 역사는 오래됐다. 아이폰에 멀티 터치 기술을 채용한 애플은 1982년부터 멀티 터치 기술을 연구해왔다. 물론 대학연구소나 일부 기업들은 터치 기술을 그 이전부터 연구해왔다. 애플이 멀티터치 기술 상용화를 제일 앞서 실현함으로써 멀티 터치 시대의 주역으로 올라섰다.
컴퓨터에 마우스가 채택되면서 PC 보급이 가속화 됐고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수 있었다. 터치 컴퓨팅 시대도 이와 비슷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멀티터치 기술을 도입한 이래 게임과 교육용 소프트웨어 업계는 기존에 불가능했던 기능들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한 화면 상하 및 좌우 전환,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기, 피아노 건반 연주 등이 그것이다.
이런 변화는 올해 PC 영역에도 똑같이 일어날 전망이다. 개발자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를 더욱 많이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이나 은행창구에서 다양한 마케팅 접점으로 PC를 활용할 수 있다. 방문자들은 대기시간에 PC 화면을 통해 제공되는 상품을 손가락으로 넘겨가며 확인해볼 수 있다.
PC 제조사들에게도 희소식이다. PC에서 멀티터치 기술을 구현하려면 터치 패널을 장착한 모니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체형 PC의 경우 터치 기능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신상품 판매를 늘릴 수 있다. 기존 PC에 윈도8을 설치해도 멀티 터치 기능을 구현할 수 없다. 따라서 신규 PC 구매 수요가 늘 수 밖에 없다.
◆휴먼인터페이스 진화는 계속된다
터치 컴퓨팅 등 휴먼 인터페이스 진화는 더욱 가속화 할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터치 기술 외에 음성인식, 사진인식 기술 도입이 본격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4S에서 음성인식기술을 기반으로 한 똑똑한 개인비서 시리(Siri)를 선보였다. 시리는 휴대폰에 손가락으로 접촉을 하지 않아도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
애플은 올 연말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TV(iTV)에 시리와 유사한 음성인식기능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인식기술을 TV에 도입할 경우 사용자들은 리모콘없이도 간편하게 채널을 바꾸거나 소리 크기를 조절하고 전원을 끌 수 있다.
컴퓨터 기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진화될수록 관련 기기의 생산성도 높아진다. 아이패드 이후 태블릿PC는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됐다. 태블릿PC 사용자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다. 반면, 노트북PC는 여전히 들고 다니다가 자리를 잡은 후에야 사용할 수 있다.
음성인식 컴퓨팅은 명령을 내리는 중에 손이나 발을 이용해 다른 작업을 할 수 있어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다.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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