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의 공세가 파도같다. 내비게이션 단말기 같은 기존 전자기기들은 여기에 휩쓸려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내비게이션 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중소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지난 2011년도가 특히 힘든 한해였음을 실감케 했다. 업체들은 현재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는 중이다.
이 외 각종 대기업 관련 계열사들이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제조사 팅크웨어가 현대자동차가 2대 주주로 있는 유비벨록스에 피인수되는 일도 일어났다.
◆국내 대표 내비 업체들 실적 급락
국내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은 지난 2011년 힘든 한해를 보냈다.
팅크웨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약 1천465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 3분기까지 1천621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약 156억원의 매출이 감소한 것. 영업이익 역시 2010년(179억2천만원)과 비교하면 약 100억원 이상 줄어든 76억7천만원을 기록했다.
파인디지털은 적자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인디지털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약 3억7천만원에 머물렀다. 지난 2010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84억5천만원과 비교하면 95.6% 가량 줄어든 셈이다. 특히 3분기 5억여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4분기 실적에 따라 연간 적자 전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 역시 2010년 3분기 741억원에서 2011년 3분기 494억원으로 떨어졌다.
분기별 실적을 보면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팅크웨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5억5천만원과 당기순이익 13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각각 51%, 54% 하락했다. 파인디지털 역시 지난 3분기 영업손실 5억5천만원, 당기순손실 3억2천만원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손실 700만원과 당기순이익 1억9천만원보다 크게 악화된 수치다.
◆내비 앱은 물론 안드로이드 내비, 2GHz CPU 내비도 속속 등장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지난해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이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T맵이 인기를 끌자 다른 전자지도 업체들도 잇따라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팅크웨어는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고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제공을 시작했다. 처음엔 갤럭시 플레이어 시리즈, 갤럭시S2 등 삼성전자 제품에만 기본 탑재되는 방식이었지만 이후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앱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대했다.
현대엠엔소프트(전 엠앤소프트)는 LG유플러스의 'OZ스토어'를 통해 '오즌 내비 바이 맵피' 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앱은 500만명에 달하는 고객들의 차량운행 정보를 통계 DB화해 전국 모든 도로의 시간대 및 구간별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스마트폰용 3D 내비게이션 SW '맵피 스마트 3D'도 선보이기도 했다.
팅크웨어는 '아이나비 K9'을 시작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내비게이션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오테크놀로지는 태블릿 내비게이션을 표방하는 '미오 패드6'를 출시했다. 이와 관련 팅크웨어는 내비게이션 전용 앱스토어 '아이나비앱스'를, 미오는 '미오 마켓'을 운영 중이다.
파인디지털은 내비게이션의 성능을 더욱 강화했다. 운영체제만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않을 뿐 하드웨어 성능은 태블릿PC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끌어올린 것. 지난해 초 출시한 '파인드라이브 몬스터2'는 기존 제품들보다 더 큰 8인치 화면을 채택했으며 8월 선보인 '파인드라이드 iQ 3D 2000v'는 2GHz급 초고속 CPU와 150만 단어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팅크웨어 피인수, 대기업 계열사 영향력 늘려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팅크웨어 피인수건은 이를 대표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다.
팅크웨어는 지난 2011년 11월25일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진범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14만5천519주(14.40%)를 유비벨록스에 넘김으로써 경영권이 넘어갔다. 유비벨록스는 스마트카드 및 스마트폰 솔루션, 스마트카 등의 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로 대기업은 아니지만 그 뒤에 현대자동차가 2대 주주로 버티고 있다.
아울러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에서는 SK마케팅앤컴퍼니를 비롯해 서울통신기술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 서울통신기술의 경우 2011년 4월부터 자사 내비게이션에 본격적으로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매립형 내비게이션 시장(비포 마켓)에서는 기아차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모비스가 꾸준히 높은 점유율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까진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 2009년 9월 시장에 진출한 웅진홀딩스 등도 꾸준히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제휴를 적극 추진하는 모양새다. 팅크웨어는 내비게이션 앱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은데 이어 지난 12월에는 자사 안드로이드 내비게이션에 올레마켓을 제공하기 위해 KT와 손을 잡았다. 파인디지털은 4월 '파인드라이브 IQ-T'를 출시하면서 자사 맵 '아틀란'과 SK텔레콤 'T맵'을 동시에 적용했다.
◆내비게이션, 스마트카 핵심으로 발전
2012년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미래형 자동차, 일명 '스마트카'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안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자동차 트렌드는 '스마트카'다. 내비게이션은 태생적으로 자동차 트렌드나 자동차 업계 전략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내비게이션 업계도 이에 신경써야 한다. 실제 내비게이션은 스마트카를 제어하는 중추 역할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비게이션 역시 스마트카에 걸맞는 스마트 단말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나와 있는 첨단 기술 중 일부만 봐도 내비게이션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내장된 카메라로 주행차선을 인식하는 팅크웨어의 차선이탈감지 솔루션이나 파인디지털의 100만 단어 음성인식 기능, 고정밀 3차원 도로지도로 구현되는 현대엠엔소프트의 아다스(ADAS) 등을 보면 미래 스마트카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다.
통신사와도 지금보다 더 밀접하게 연결될 전망이다. 스마트카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자동차 제조사와 통신사, 내비게이션 제조사가 상호 협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발빠른 변화의 조짐은 벌써부터 포착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르노삼성과 제휴를 맺고 올해부터 르노삼성 전 차종에 T맵 내비를 기본 탑재할 예정이다. 아울러 음악을 제공하는 멜론 서비스나 폰과 내비게이션 간에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주고 받는 심플싱크 등 다양한 차량용 애플리케이션도 제공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T맵의 즐겨찾기 리스트를 내비게이션과 공유할 수 있는 T 데스티네이션은 물론 향후엔 T스토어도 추가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 역시 2013년부터 국내외향 모든 차량에 태블릿PC를 기본 탑재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태블릿PC는 물론 내비게이션 기능을 포함한다. 구체적인 통신사는 아직 언급되지 않았지만 내비게이션 업체 가운데서는 현대자동차와 관련이 있는 현대엠엔소프트나 팅크웨어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기타 사업군 모색 가속화기타 사업 다각화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내비게이션 제조사들은 기존 내비게이션 단말기 외에 다양한 아이디어로 안정을 꾀하고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은 벌써부터 뜨겁다. 팅크웨어와 파인디지털, 미오테크놀로지 등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물론 TG삼보, 코원시스템 등 다른 전자기기를 제조하던 업체들도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특히 지난 2011년 7월 차량 제조사가 차량에 운행영상기록장치(차량용 블랙박스)를 의무적으로 장착해 출고하도록 하는 교통안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의 호재로 작용했다.
매립용 내비게이션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내비게이션 단말기는 거치형과 매립형으로 나뉜다. 매립형 제품은 차량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설치되기 때문에 차량정보시스템과 연동해 주행기록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기능까지 제공이 가능하다.
현재 만도 마이스터, 현대모비스, 팅크웨어, 파인디지털 등 여러 업체들이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거치형 제품 시장은 지난해 110만~120만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든 반면 매립형 제품은 같은 기간 20만대로 2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비게이션 시장의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다양한 제품군에 비중을 늘리는 작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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