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2011년 방송업계는 콘텐츠 대가를 둘러싼 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경쟁을 통한 발전보다는 각종 소송과 헐뜯기로 제 살을 깎아 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업계가 분쟁에 빠진 동안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채널들이 국내 유료방송 시장 깊숙이 파고들었다. 국내 방송사들은 해외 진출은 고사하고 새로운 방송서비스나 풍부한 콘텐츠로 시청자에게 보답하는 것도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2012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케이블TV-지상파간 재송신 대가분쟁, 유료방송 출혈경쟁 논란 등 2011년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이 2012년에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업계 '콘텐츠 분쟁'으로 몸살
2011년은 케이블TV 업계와 지상파방송사는 재송신 대가를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법정 소송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 콘텐츠의 저작료를 받겠다는 입장이고 케이블TV방송사들은 지상파 방송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며 지불을 거부했다.
법원은 2심에서까지 지상파 방송 저작권을 인정하고 지상파방송사의 손을 들어줬다. 지상파 방송사가 CJ헬로비전을 대상으로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도 받아들였다. CJ헬로비전이 지상파방송사와 계약 없이 재송신 할 경우 하루에 5천만원씩 3사에 각각 배상하도록 결정하기도 했다.
법원 판결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방송사와 대가 협상에 나섰지만 번번이 합의는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지난 11월28일 전국 93개 케이블TV방송사(SO)들은 지상파 HD방송 제공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앞선 2011년 4월에는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에서 지상파HD방송이 끊기는 사태가 일어났다. KT스카이라이프때도 재송신 대가를 두고 지상파와의 전방위 소송전을 펼쳐졌다. 결국 KT스카이라이프가 소송에서 밀리고, 협상이 난항을 겪자 지상파들이 방송을 중단한 것이다.
이 같은 소송전은 콘텐츠 부족 현상 속 각자 콘텐츠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추세 속에서 비롯됐다.
◆종합편성 채널 개국…논란은 계속
2011년 12월1일, JTBC·MBN·채널A·TV조선 등 4곳의 종합편성채널이 우려 속에 개국했다. 종편이 여론 다양성과 중립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걱정이 적지 않다. 언론 권력을 앞세운 종편이 광고시장을 쓸어 갈 것이란 걱정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종편이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출범 초기이긴 하지만 종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가 종편 개국 다음날인 2011년 12월2~20일까지 유료방송 가입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편 4개 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0.347%다. 같은 기간 지상파 4개 채널(KBS1·KBS2·MBC·SBS)은 평균 5.66%를 기록했다.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과욕이 빚어내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선정성이 지나친 콘텐츠를 방송하거나 시선끌기를 위한 무리한 내용을 보도하는 등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올레TV스카이라이프 등 유료방송 출혈경쟁 논란
2011년에는 유료방송 출혈경쟁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특히 케이블TV업계와 KT의 날선 공방이 계속됐다.
케이블TV 업계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결합상품 '올레TV스카이라이프'가 저가출혈경쟁을 유도해 방송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및 전파법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정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중앙전파관리소 등에 신고 및 제소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상품 폐지를 위한 행동을 이어갔다.
올레TV스카이라이프는 초고속인터넷과 결합 가입 시 월 1만원 이하의 요금으로 IPTV 실시간 채널 40여개, VOD 9만편, 위성방송 200개 채널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입소문을 타고 가입자 몰이를 했다.
케이블TV 업계는 이에 대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12월1일 검찰은 케이블TV가 KT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고발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나 방통위, 전파관리소 등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KT가 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하지 않고 월 8천원에 가입할 수 있도록 내놓은 IPTV 실버요금제도 저가 경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재송신 대가 분쟁은 끝나지 않았다
재송신 대가 분쟁은 2012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가 서로 만족할 만한 재송신 대가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주무기관인 방통위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TV방송사들은 다시 한번 방송뿐 아니라 광고 중단을 검토하고 있어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IPTV 등 기타 유료방송 매체와 지상파간의 재송신 분쟁도 언제 곪아 터질지 모르는 상태다. 앞서 KT스카이라이프와 지상파방송사는 '가입자당 280원'에 재송신 계약을 하면서 '최혜대우' 조항에 서명했다. 지상파가 케이블TV와 어떤 식으로 협상에 이르느냐에 따라 재송신 대가를 다시 산정해야 해야 한다는 이유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상파방송사는 KT와 KT스카이라이프 결합상품 '올레TV스카이라이프'에도 대가를 받겠다는 생각이다. 올레TV스카이라이프는 IPTV와 위성방송이 결합한 형태다. 재송신 대가는 1개 플랫폼 몫만 지상파에 내고 있다. 지상파는 양 매체가 결합했더라도 재송신료는 각각 정산해야 겠다는 입장이며 법정 소송까지 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향후 재송신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의 정의, 저작권과 보편적 시청권 간의 모순점의 해법 등을 두고 치열한 정책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방통위가 재송신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시청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방송 분쟁의 경우 시청자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지상파재송신 문제를 지상파 재송신제도의 조속한 개선과 방송사업자들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렙법 입법…방송광고 시장 정글화되나
2012년에는 새로운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법 하에 방송 광고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정된 광고 시장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미디어렙법은 ▲1공영 다민영 ▲종편사의 미디어렙 의무위탁 2년 유예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 1인 소유지분한도 40%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출자금지 ▲중소방송 과거 5년간 평균 매출액 이상 연계판매 지원 등 내용을 담고 있다.
KBS, MBC, EBS 등의 광고영업은 공영 미디어렙에 위탁, 기존 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를 이어갈 전망이다. 반면 SBS는 민영 미디어렙에 광고를 위탁하며, 종합편성채널은 2년간은 독자 영업을 하고 이후 미디어렙에 광고 영업을 의무 위탁해야 한다.
새 법은 '지상파+지상파 계열 채널의 광고영업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지 않아 SBS가 계열 채널 광고를 묶음으로 판매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채널 업계는 지상파 광고 연계판매로 인해 약 1천억의 광고 매출이 매년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진입 당시 투자를 만회하기 위해 목돈이 필요한 종편이 광고 시장을 '싹쓸이' 해갈 거란 전망도 광고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종편은 지상파 시청률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면서 광고는 지상파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종편에 광고 물량 쏠림 현상으로 중소 방송사, 지역 방송, 종교 방송뿐 아니라 언론계 전반에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업계 가입자 부익부 빈익빈 심화될 듯
KT의 방송 부문 사업 성장세가 무섭다. 2011년 12월말로 KT의 방송가입자가 500만 가구를 넘어섰다. KT의 IPTV 가입자는 300만 가구, KT스카이라이프(KT 자회사) 가입자는 320만 가구에 이른다.
이는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의 가입자 115만 가구를 포함한 것으로, 중복 집계를 제외하면 KT를 통한 방송 시청 가구수는 505만이다.
500만 이상 가입자를 모은 건 유료방송 사업자 중 KT가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IPTV 시장에서 1위 KT와 2, 3위 SK브로드밴드 및 LG유플러스간 가입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양사 가입자를 합쳐도 170만명(2011.12월 기준)에 그친다.
KT의 성장세에 케이블TV 가입자는 1천500만 가구선이 무너진지 오래다. 위기감을 느낀 케이블TV방송사들은 2012년에 출혈경쟁 저지를 위한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행 방송법상 1개 케이블TV방송사가 전국 77개 권역 중 3분의 1을 점유할 수 없고, 케이블TV 가입자 중 3분의1 이상을 확보할 수 없도록 한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적극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각 플랫폼을 나눠 유료방송 시장 경쟁상황을 평가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방송상황 평가는 케이블TV방송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했다. 플랫폼 중 가입자와 매출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블TV방송사들은 단일 사업자 각각으로 볼때 몸집이 크지 않다는 점과, KT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KT는 IPTV뿐 아니라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까지 합해 500만 이상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 우리나라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1위"라며 "이제 유효경쟁 체제를 적용하려면 시장 획정을 플랫폼이 아니라 사업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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