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뒤늦게 4세대(4G) 이동통신서비스 LTE를 시작한 KT가 독한 마음을 먹었다. 작심하고 자신들의 LTE가 경쟁사보다 빠르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비결은 바로 LTE 통신망에 '두뇌'가 생겼기 때문이다. 가상화 기술을 통해 기지국 간 간섭현상을 제어함으로써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방지하고 몰리는 데이터를 분산시켜 주는 것인데, KT는 이를 'LTE의 브레인(두뇌)'이라 부른다.
1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KT 양재국사를 찾았다.
지난 해 7월 KT 안양 국사에 가서 직접 견학했던 CCC(클라우드 기지국)와 마찬가지로 이곳 양재국사 역시 통신 기지국 대신 대형 전산실 같은 곳으로 구성돼 있었다.
◆KT LTE 두뇌에는 '서버'가 있었다
"LTE 워프의 핵심은 브레인(두뇌)과 뉴런(신경망), 그리고 바디(몸체)가 있다는 점입니다. 경쟁사는 이것이 없어서 같은 LTE라 하더라도 KT와는 질이 다릅니다."
이미 경쟁사보다 6개월 이상 LTE를 늦게 시작한 상황에서 이같은 '독한 마케팅'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터다. 역시나 LTE 기술 우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KT 무선네트워크본부장 오성목 전무의 발언도 작심한 듯 강한 어조였다.
바로 이것이 KT LTE워프의 '두뇌'라면서 오 전무는 육중한 기계장치를 끌고 나왔다. 보아하니 IBM의 블레이드 서버다. 기업 전산실에서 업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야 할 블레이드 서버가 통신망에 적용됐다니 무슨 뜻일까.
"통신 기지국의 데이터전송부분을 디지털유닛(DU)이라고 하는데, 이를 분리해 국사에 모아놓은 것이 바로 기존 CCC였죠. 이번에 KT는 LTE를 하면서 CCC에 가상화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그 가상화 기술을 이 블레이드 서버가 담당하게 되는 겁니다."
KT가 가상화 기술을 반드시 적용해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기지국 간 '간섭현상' 때문이다.
통신 기지국은 무조건 많이 설치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기지국을 많이 설치하면 전파 세기가 강해지고 용량이 늘어나지만 기지국과 기지국이 맞닿는 '경계지역'에서는 서로 신호가 간섭을 하면서 오히려 통신 속도가 뚝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KT가 자체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3G 통신망에서 평균 2Mbps의 속도를 내는 기지국도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의 신호가 겹쳐버리는 경계지역에 가면 1Mbps 이하로 품질이 뚝 떨어졌다.
LTE 같은 경우는 평균 30Mbps에 달했지만 이 역시 경계 지역에선 6Mbps로 속도 저하 현상이 동일하게 일어났다.
이에 KT는 기지국에서 보내는 전파 신호 세기를 지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신호 충돌 현상은 각 기지국이 사용하는 주파수가 동일하기 때문인데, 가상화 기술을 통해 기지국이 지능적으로 주파수 채널을 서로 다르게 분할,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정한 것이다.
"서울시내 강남지역 기지국을 관할하는 이곳 양재국사만 하더라도 1천개 기지국이 넘습니다. 그만큼 기지국이 촘촘하게 구축돼 있다는 얘기인데 그 경계 지역의 품질이 개선되는 것만으로도 고객은 충분히 접속 품질이 개선된다는 것을 체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성목 전무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이같은 가상화 기술로 기지국간 주파수 채널 분할을 하는 속도가 1초에 1천번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채널 분할을 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끊김현상 없이 일정한 품질의 LTE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혼잡한 기지국 휴대폰을 한가한 기지국으로 '워프'!
"경쟁사 장비에는 이런 '두뇌'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전에 했던 CCC처럼 그저 DU를 '집중'시켜놓았을 뿐 가상화 기술 적용 기술은 물론 이를 구현할 서버조차 없습니다."
오 전무의 발언 수위가 더 높아졌다. 경쟁사는 이같은 가상화 기술을 수행할 '서버'가 없기 때문에 똑같은 삼성전자 장비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LTE 품질에서는 차이가 나타난다고 오 전무는 주장했다.
이 두뇌가 없어서 달라지는 점은 '많은 이용자가 한꺼번에 LTE 데이터를 이용할 때'다.
오 전무는 "LTE 가입자가 늘어날 수록 경쟁사의 통신 속도는 급감할 수 밖에 없지만 우리는 가상화 기술로 적절하게 분산처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 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속도에 자신이 있다며 경쟁사가 응하기만 한다면 속도 측정 공개 시연이라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LTE 워프는 또 이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A 기지국에 30대의 스마트폰이 몰려있고 가까운 B 기지국에는 3대밖에 없다면 A 기지국 지역에서 사용하는 이용자 단말기 신호를 순간적으로 B 기지국으로 끌어와 쾌적한 접속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오 전무는 "이는 1천분의1초만에 일어나는 상황으로, 그야말로 순간이동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순간이동에 영감을 받아 LTE 워프라는 브랜드명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KT는 분명 LTE를 늦게 시작했지만 이처럼 강력한 속도와 접속 품질을 낸다는 점을 강점으로 삼아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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