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은 안방으로 치고 들어오고 있다. 태국을 강타한 사상 유례 없는 홍수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여기에다 만성적인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가벼워졌다.
이런 3중고에 시달리는 PC업체들이 울상을 지었다.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PC시장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IDC와 가트너 등 주요 시장 조사업체는 11일(현지 시간) 일제히 4분기 PC 시장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트너는 4분기 세계 PC 출하량이 9천220만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감소한 것. 또 당초 예상치인 1% 감소에 비해서도 악화된 수치다.
IDC는 9천270만대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IDC 집계 결과는 당초 예상했던 0.6% 감소에 비해선 다소 나은 편이었다.
◆서유럽 경기 불황도 악재로
PC 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경기 불황이다. 특히 서유럽을 강타한 경기 불황도 악재로 작용했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인도·브라질 같은 신흥국가에서의 PC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의 감소분을 상쇄하기엔 턱 없이 모자랐다. 특히 미국PC 출하량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5.9% 떨어졌다.
가트너 측은 "서유럽의 불확실한 경기 전망이 PC 출하량에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북미 지역의 경기가 다소 풀리긴 했지만 PC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경쟁 상대'가 많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그 동안 직접 경쟁 상대가 아니었던 휴대폰까지 PC 영역을 치고 들어오는 데다 태블릿 역시 위협적인 상대로 꼽힌다.
특히 용도가 상당 부분 겹치는 태블릿이란 존재는 위협적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가트너가 지난 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트너는 오는 2015년까지 태블릿PC 판매량이 3억2천6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를 IDC가 전망한 2015년 PC 판매량 5억3천500만대의 60%에 이른다.
지난 해 태블릿 판매량이 PC의 5분의 1에 채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태블릿이 강세를 보일 수록 PC 수요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용도가 100% 겹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은 대체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사업 부문의 타미 렐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PC 출하량이 1% 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수치는 그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위업체 레노버 급부상
업체별로는 휴렛패커드(HP)와 델이 약세를 보인 반면 레노버가 약진했다. 맥북에어 등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애플은 미국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면서 빅3로 떠올랐다.
HP는 가트너와 IDC 집계에서 모두 세계 시장의 16%를 점유했다. 반면 레노버는 14%로 HP의 뒤를 바짝 쫓았다. 특히 레노버는 지난 분기 PC 출하량이 각각 23%(IDC)와 37%(가트너)가 상승하면서 HP를 위협했다.
레노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PC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레노버 측은 "PC 시장에서 약진한 것이 가격 경쟁력 때문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만 놓고 볼 경우엔 애플의 약진이 주목할 만하다. 애플은 지난 분기 207만대를 기록하면서 미국 PC 시장 점유율이 11.6%로 뛰어 올랐다. 가트너는 PC 시장을 조사할 때 태블릿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IDC는 "미국 PC 시장은 이제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면서 "애플은 유일하게 PC 시장 포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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