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오늘 4월부터 현재 판매 중인 의약품에 일괄 적용될 약가인하에 대해 100여개 제약사가 행정소송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제약사들은 소송을 준비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슈퍼 갑'인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오히려 규제강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약가인하 관련 소송에 참여하는 업체는 대략 100여개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를 상대로 하는 소송인 만큼 참여 제약사들은 가능한 한 조용히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모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돼 소송에는 참여하지만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을 당할까봐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실제 소송 준비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정부의 리베이트 관련 발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경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제약사들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혁신형제약기업 선정 기준에 해당하는 상위제약사들의 경우 선정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고심이 더 한 상황이다.
상위제약사 한 관계자는 "타 제약사가 승소해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과 일괄 약가인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소송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하지만 소송 시기와 혁신형제약기업 선정 시기가 비슷하게 맞물려 복지부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100여개 제약사들 중 로펌을 결정해 소송에 나섰다고 공식 발표한 회사는 현재 단 한 곳도 없다.
김앤장, 율촌, 태평양, 세종 등 국내 유명 대형 로펌들은 약가인하 행정소송과 관련해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마친 상태다. 소송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제약협회는 이달 중 로펌 선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제약협회 역시 약가인하 소송과 관련해 어떤 로펌에게 소송을 맡길지 등 관련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일정이 있지만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인 만큼 조심스럽고 공개하기 힘들다"면서 "법리해석을 놓고 복지부와 소송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보도자료 등을 통해 관련 사항을 공개하는 것이 전력 누출이 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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