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4·11 총선 공천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에서 'MB정부 실세 용퇴론'이 다시 불거지면서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용퇴론은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초 처음 제기돼 친이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진화에 나서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역 지역구 의원 25% 배제' 등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는 공천 심사 원칙이 마련되고 본격적인 공천 심사가 임박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경우에 따라 지난 18대 총선 때와 같은 극심한 계파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세연 비대위원은 29일 "총선이 목전에 다가온 지금쯤에는 한나라당이 이토록 국민적 불신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만든 근본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줄 때"라며 "공천 과정을 통해 결과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가능하다면 사전에 그런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용퇴론의 대상에 대해선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대통령 탈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당내에서 그러한 책임 있는 인물들이 나올 때가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다선·중진들의 용퇴로 계기를 열었던 것을 염두에 둔 것이지, 특정 인맥을 두고 한 말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김 비대위원의 발언이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 즉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의 당사자인 박희태 국회의장 등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는 최근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각종 비리 의혹에 휘말려 궁지에 몰려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상득 의원은 보좌관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며, 박희태 국회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핵심 당사자다. 이 밖에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측근 비리 의혹으로 지난 27일 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대통령 측근들을 둘러싼 '추문'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총선 판세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볼 때 김 비대위원이 언급한 용퇴론은 인적쇄신을 통한 현 정부와의 '선 긋기'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비대위의 대대적 쇄신 작업이 물거품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재차 촉발된 용퇴론에 친이계는 정면 대응을 삼가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새벽에 교회를 가는데 누가 골목에서 불쑥 편지 한 장을 주고는 휙 가 버린다. 내용은 누군가 천동(天動)인지 지동(地動)인지 모르고 날뛴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어른들이 철없이 나대는 아이들을 보고 '천똥인지 지똥인지 모르고 설친다'고 한다"고 적어 용퇴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장제원 의원은 김 비대위원을 직접 겨냥했다.
장 의원은 "자네나 나, 가장 젊은 의원 아닌가. 갑자기 왜 공천 앞 가장 민감한 시점에 당의 분열에 불을 지르는 '물러가라' 타령인가"라며 "비대위에서 나쁜 것 배웠나. 자네가 누구 물러가라 할 만큼 당 기여도는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