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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디지털전환 더디기만 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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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셋톱·단체계약이 '발목'

[김현주기자] 올해 지상파방송의 아날로그 송출 중단이 예정돼 있지만 케이블TV방송사(SO) 가입자들의 디지털 전환은 여전히 더딜 것으로 보인다.

셋톱박스·마케팅 등 비용문제와 함께 오랜 기간 SO들의 발목을 잡아왔던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체계약'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에 제속도가 붙지 못할 전망이다. 단체계약이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과 특정 SO가 계약을 맺고 저가의 요금에 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티브로드·CJ헬로비전·씨앤앰·현대HCN·씨앰비 등 5대 MSO는 올해 디지털가입자 5만~50만명을 목표로 두고 있다.

CJ헬로비전과 씨앤앰은 20만명을, 현대HCN은 6만명, 씨앰비는 7만명을 목표로 제시했다. 티브로드는 타 SO에 비해 가장 많은 50만명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 2011년 9월 기준 전체 1천500만 가입자 중 26.8%인 401만명이 디지털케이블TV가입자다. MSO들의 목표치를 감안한다면 올해 디지털케이블 가입자는 약 500만명으로, 전체 가입자 중 33.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1천명에 가까운 아날로그 가입자가 남는 셈이다.

◆단체계약이 '발목'

MSO들의 디지털 전환에 제 속도가 붙지 않는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디지털 전환 비용과 단체계약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SO들이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 1명을 모집하기 위해 투입하는 비용은 셋톱박스와 마케팅비를 포함 최소 10만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은 아날로그 요금보다 고가로 형성돼지만 초기에는 가입자 모집 자체가 비용 부담으로 안겨진다.

씨앤앰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디지털케이블 가입자 20만명을 모집했으며 마케팅비용 등을 고려할 때 올해도 20만 가입자 확보가 적당하다고 봤다"며 "비용을 더 투입하면 가입자는 늘겠지만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져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MSO 씨앰비는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올해 초저가 셋톱박스를 자체 개발해 출시하기로 했다. 채널은 100여개 이상을 그대로 제공하되 양방향 서비스를 제거한 디지털방송이다.

씨앰비 관계자는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크고 기능을 줄인 초저가 셋톱박스를 출시해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기로 했다"며 "셋톱박스 원가절감과 디지털전환을 위한 선택이었으며, 저렴한 요금제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SO들이 디지털전환에 가속을 낼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공동주택 단체계약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SO들은 공동주택과 계약해 대규모 가입자를 독점으로 모집하는 대신 2천~4천원대의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일부 SO의 경우 2천원보다 더 적은 요금은 받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요금이 낮다보니 1만원 이상의 디지털케이블TV로 전환하려고 할 때 반발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대규모 단체계약 이탈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O 관계자는 "올해 디지털전환 가입자를 적게 잡은 이유는 공동주택 계약의 문제 때문인데, 워낙 요금이 싸다보니 개별 계약으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며 "올해 IPTV 등 경쟁상황을 고려해 공격적인 디지털전환을 할지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SO관계자도 "일반 8천원을 내고 보는 아날로그가입자에게 1만5천원의 디지털 요금제도 충격적일텐데 4천원을 내는 단체계약 가입자가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저가형 디지털상품으로 가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한편 티브로드의 경우 타사와 달리 올해 공격적인 디지털케이블 마케팅을 하겠다고 밝혔다. 목표치도 50만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타사와 디지털 케이블가입자 차이가 나는 걸 줄이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마쳤다"며 "티브로드는 그 동안 단체계약을 지양해왔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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