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KT가 스마트 시대 콘텐츠 주도권을 놓고 삼성전자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전면 제한하겠다고 9일 발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를 판매하면서 '삼성앱스'라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를 통해 이용자주문형비디오(VOD) 등을 판매하고 있다.
KT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방식이 통신망에 심각한 부하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면서 스마트TV 제조사가 정당한 초고속인터넷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접속제한 조치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KT는 삼성전자의 앱 장터 삼성앱스 IP를 차단해 삼성전자의 스마트TV가 더이상 콘텐츠 및 앱을 이용할 수 없도록 접속을 차단할 계획이다.
◆KT "콘텐츠 '주도권' 못 내줘"
KT의 이번 조치는 통신망 부하의 심각성에 따른 대응이라기보다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로 급진전하는 현 상황에서 '콘텐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세력다툼으로 보인다.
KT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별도의 인터넷TV(IPTV) 플랫폼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부도 IPTV 특별법을 제정해 IPTV 사업자들을 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TV라는, 제도의 틀이 미치지 않는 신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사가 규제와 상관없이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자 KT가 앞장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통신업계 고위관계자는 "KT의 스마트TV 차단 이슈는 망중립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이용자주문동영상(VOD)만 제공하는 '프리 IPTV' 서비스도 초고속 인터넷망 사용대가를 냈다"면서 "스마트TV는 과거 프리 IPTV와 흡사한 서비스인만큼, 대가 산정에 대한 사업자간 협의가 진행돼야 하는데 제조사 측은 이같은 (통신사의)협의 요청을 묵살하고 무단으로 망을 사용하고 있으니 KT가 접속제한이라는 강수를 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KT의 조치는 비단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만이 아니라 향후 애플 및 구글 등에서 출시될 '애플TV, 구글TV'를 견제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가 통신전문가는 "KT의 이번 제한조치는 비단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향후 애플TV와 구글TV 등이 출시될 경우 글로벌 업체가 무분별하게 통신망을 이용하게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마트폰 단말기가 출시 된 이후 모든 주도권이 일시에 제조사로 넘어가는 것을 이미 경험한 통신사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통신망이 '단순 케이블'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마트TV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KT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TV 제조사들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소정의 망이용대가를 지불하거나, 통신망에 부하를 초래하는 부분에 대한 설비투자를 분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IPTV의 경우 부하 분산을 위해 서비스 지역 및 권역별로 별도 서버를 두고 인기 콘텐츠는 해당 서버에 미리 저장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이용자가 해당 콘텐츠를 이용할 때 끊김현상이나 접속 지연없이 고품질의 영상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러나 스마트TV의 경우 통신망에 직접 접속해, 초고해상도 동영상 등의 대용량 데이터를 동시에 발생시키기 때문에 심각한 접속차질이 예상된다"면서 "따라서 제조사들은 망이용대가를 지불하거나 제품 출시단계부터 해당 설비투자를 선행한 후 시장에 접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용자에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내에서, 설비투자 부문은 상호간에 협의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와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확한 입장은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발 물러서면서 "다만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조치는 자칫 이용자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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