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은영기자] 구글과 애플이 '3차 스크린 전쟁'을 앞두고 막바지 전열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힘겨루기를 했던 두 회사는 내년 '스마트TV'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스크린 전쟁을 벌일 전망이다.
구글은 지난 해 5월 샌프란시스코 개발자회의에서 안드로이드를 내장한 ‘구글TV’를 공개했다. 또 지난 해 10월웬 콘텐츠 공급자들과 제휴하면서 본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는 연습게임에 불과하다. 내년 삼성, LG 등과 손잡고 제대로 된 스마트TV를 내놓을 게획이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를 선보인 적 있던 애플은 내년엔 샤프와 손잡고 제대로 된 스마트TV를 내놓겠다는 야심을 분명히 했다.
그 동안 물밑에서 움직이던 두 회사의 스마트TV 전략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내년 불꽃을 튀길 애플 iTV와 구글TV의 경쟁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 지 관심사다.
◆애플, 회심의 신무기 '시리' 장착
애플에게 스마트TV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스크린 전략'의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가 마지막 순간까지 공을 들인 제품이라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제품이란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08년 '애플TV'를 선보인 적 있다. 하지만 당시 출시됐던 애플TV는 일종의 셋톱박스였다. 완벽한 모습을 갖춘 제품이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내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iTV는 차원이 다르다.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2월부터 일본 샤프의 10세대 LCD 패널 공장에서 iTV를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후반부터는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완벽한 TV 형태를 갖추게 될 애플 iTV는 애플 특유의 사용자환경(UI)과 방대한 콘텐츠가 강점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보여준 탁월한 콘텐츠 수급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여기에 애플은 한 가지 무기를 더 장착했다. 아이폰4S에 탑재된 음성인식기능 '시리'가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시리'를 장착한 애플의 스마트 TV가 시장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음성인식이라는 차별화된 기능 덕분에 iTV 시청자는 리모콘 없이도 TV 전원을 키거나 채널을 바꿀 수 있게 된다. 또 아이클라우드를 통한 무선 동기화로 아이패드 등에 저장해놨던 동영상이나 음악을 iTV에서도 그대로 즐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 계열인 올싱즈디지털은 양질의 콘텐츠, 뛰어난 큐레이션 능력, 탁월한 소셜 및 개인화 기능 등을 iTV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전의 제품들에 못지 않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서드파티들과 긴밀한 협력 강점
애플에 맞서는 구글도 만만찮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은 지난 주 "내년 여름까지 매장에 깔린 TV 대다수가 구글 TV가 될 것이다"며서 구글 TV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IT 전문매체 기가옴은 구글이 스마트 TV 시장에서 상당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면서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구글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TV 업체들이 손쉽게 맞춤형 구글 TV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국내 제조사인 삼성, LG도 구글TV 개발을 끝내고 내년초 미국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를 시작으로 구글TV 상용화에 나설 계획을 발표했다. 또 북미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고 삼성전자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비지오도 내년에 구글 TV를 출시할 것이란 소문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또한 구글이 최근 공개한 '구글 TV 2.0'은 구글의 태블릿 OS인 안드로이드 허니콤 3.1을 기반으로 제작돼 1년 전 출시된 초기 버전에 비해 인터페이스가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마켓을 지원해 TV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들도 구글 TV에 결합돼 더 많은 웹 기능을 구현될 예정이다.
사실 구글이 지난 8월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것도 휴대폰과 특허방어가 첫번째 이유였지만 구글 TV 등 홈 플랫폼 사업을 위한 포석도 함께 깔려있었다. 모토로라는 시스코와 함께 전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셋톱박스 업체로, 현재 IP 기반 모토로라 셋톱박스는 버라이즌이나 콤캐스트 등 미국 최대 통신사와 케이블사의 핵심 TV 플랫폼 기기로 활용되고 있다.
때문에 구글이 모토로라의 이런 영향력을 활용할 경우 구글TV를 보다 손쉽게 거실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TV 사업자들이 기존 셋톱박스를 IP 기반 셋톱박스로 대거 교체하고 있어 모토로라 셋톱박스에 구글 플랫폼을 연동시킬 경우 모바일과 홈기기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구글 클라우드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구글 TV가 실패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주요 방송사와의 콘텐츠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글은 모토로라 셋톱박스를 통해 그동안 애플에 뒤지고 있던 콘텐츠 클랙폼 전략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이다.
◆스마트TV 시장 고속 성장 '예고'
구글, 애플 등 IT 시장의 강자들이 연이어 뛰어들면서 스마트TV 시장도 고속 성장을 구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가 지난 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TV 시장은 오는 2013년까지 연 평균 38%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세계 스마트TV 출하량은 3천800만대 규모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 해 일반TV 출하량은 1억8천300만 대에 이른다. 전체 TV 시장에서 스마트TV가 차지하는 비중이 17.2% 수준이었다.
하지만 스마트TV 출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오는 2013년에는 1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렇게 될 경우 전체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3.3%에 이를 전망이다. 전망대로라면 전 세계 TV 3대 중 한 대는 스마트TV란 계산이 나온다.
이제 막 꽃을 피우는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 두 강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스마트TV 시장을 놓고 두 회사가 벌이게 될 한판 승부가 2012년 IT 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원은영기자 gr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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