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최근 이란 핵무기 사태와 그리스에 대한 2차금융 지원 등 유로존 재정위기가 해법을 찾아가면서 국내외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정부는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1월부터 국제 유가와 함께 국내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자 정부는 국제 유가가 130달러에 도달하면 유류세 탄력세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류세 탄력세율은 유류가격에 붙는 교육·환경세 등 각종 세금에 대한 세율을 최저 -30%에서 최고 +30%까지 탄력적으로 운용 가능한 세율이다. 국내 유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21일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정보망과 유가정보서비스사이트 오피넷 등에 따르면 올해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 1월3일(현지시간) 105달러에서 출발했으나 지속적으로 상승, 이달 20일에는 117.98달러로 120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작년 두바이유가 한때 최고 120달러(4월28일)에 육박하기는 했으나, 배럴당 100달러에서 110달러 사이에서 움직인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석유제품 가격은 더 크게 올랐다.
싱가포르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일반 무연휘발유(92∼94RON)에 해당하는 옥탄가 92론(RON)의 경우 작년 평균가격은 배럴당 117.4달러였으나 지난 10일에는 128달러로 올랐다. 이어 싱가포르 휘발유가는 지난 17일에는 130.64달러로, 20일에는 130.04달러로 다시 상승했다. 올 평균 가격은 118.7달러.
◆국내 휘발유값 작년 57일, 올해 47일 연속 올라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가격은 지난 9월초부터 10월말일까지 57일 연속, 올해도 지난 1월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47일 연속 상승했다.
또 경유도 배럴당 작년 평균가격이 126달러였으나 지난 20일에는 135달러로 오르는 등 올해 평균 가격은 130달러로 집계되는 등 최근 국제 유가는 정부가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를 약속한 130달러에 도달했다.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를 전혀 추진하고 있지 않다.
박준영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사무관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방침은 종전과 변함이 없다"면서 유류세 인하를 일축했다.
이는 작년 6월 취임한 박재완 장관이 재정건정선 조기 달성을 위한 정책 행보에 따른 것으로 관련 업계는 분석했다.
또 정부가 유류세 인하 기준을 두바이유에 두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 원유가격을 반영해 국내 유가를 결정했으나 정부가 국제 현물가 방식으로 전환을 유도하자, 싱가포르 국제 현물시장의 석유제품 가격을 국내 유가 결정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싱가포르 유가가 아닌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130달러에 오르면 유류세 탄력세율을 내린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등 정책 일관성을 상실했다고 관련 업계는 지적했다.
다만, 지경부는 유가 인하 효과가 한시적인 알뜰주유소 확대로 유가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서혜 소비자시민모임 팀장은 "정부가 유류세 인하 기준을 두바이유에 두고 있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소시모가 정부에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를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 정부는 지난 2008년 출범 이후 한시적으로 유류세 탄력세율을 인하 한 바 있으며, 작년 4월 보궐선거 당시에도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등돌린 민심을 잡기 위해 정부에 유류세 인하를 주장한 바 있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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