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기자] 자금난에 허덕이던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 한국 업체들의 승리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D램 가격 급락으로 인한 시장 상황 악화 속에서 미세공정 전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한국 업체들에 밀리면서 엘피다는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최대 규모의 D램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메모리는 이날 도쿄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 다음 달 28일에는 일본 증시에서 상장폐지된다.
엘피다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천800억엔에 달한다. 2011년 회계연도(2011.4~2012.3월)까지 상환해야 할 대출 채권 규모만 약 1천200억엔. 엘피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 난야 등과 경영통합을 꾀하는 한편, 정부 및 채권은행단을 대상으로 만기 연장을 비롯한 유동성 공급안을 요청했다.
하지만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아 결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 채무가 동결되고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통한 회생 혹은 자산 매각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엘피다가 정부로부터 대규모 공적자금을 수혈받는 등의 획기적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나머지 D램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45%, 하이닉스가 21.6%이며, 엘피다가 12.2%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론과 난야의 점유율은 각각 12.1%, 3.5%로 뒤를 잇는다.
특히 D램 반도체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만이 D램 반도체 업체 중 지난해 4분기에 흑자를 기록한 유일한 업체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까지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연간 흑자 기조는 유지했다.
시황 악화로 힘들어하는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4분기에 1천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봤으며, 지난해까지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대만 난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엘피다가 회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감산이나 자산 매각 등을 거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업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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