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전주나 관로 등 필수설비 임대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이해당사자들의 '물리력행사'로 인해 취지가 무색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KT나 SK브로드밴드 등 첨단 IT 기업들이 벌인 '공청회 훼방'은 자사 이기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심산기념문화회관에서 KT 필수설비 임대(제공)제도 개선을 위해 제공사업자(KT)와 이용사업자(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케이블TV협회 등)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었다.
방통위가 개최한 공청회는 이날을 포함해 총 4회에 이른다. 이 중 한 번은 양측 참석자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파행으로 치달아 열리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전국 중소 정보통신 공사업체 모임' 소속 공사업체들은 이번 방통위의 KT 필수설비 임대 제도 개선이 결국 통신사들의 투자를 위축시켜 중소 공사업체들의 '먹거리'에 심각한 위협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고시 개정으로 약 6천800억원의 투자 감소가 예상되며 이로 인한 공사업체는 부도 위기로 내몰리게 되며 힘없는 근로자 약 7천여명이 길거리로 나 앉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또 다른 공사업체들은 "KT 필수 설비 제공이 확대되면 이용자업자는 제공 설비까지 연결하기 위한 공사와 간선망, 배선망, 장비 투자, 유지보수를 포함한 연관 투자도 증가해 수주량이 오히려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맞섰다.
문제는 공청회가 계속될수록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보다 '물리력'을 행사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고함을 지르던 사람들끼리 시비가 붙어 욕설을 주고받는 상황도 보였다. 결국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가는 모습까지 연출되는 등 공청회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변했다.
특히 이해당사자들의 '동원세력'이라고 지목되는 이들은 패널들이 발언하는 중에도 곳곳에서 "요점만 말해!" "조용히 해!" "옳소!" 하는 고함과 괴성을 주고받았다. 사실상 찬성과 반대를 유도하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오후 2시 행사 시작인데 상대 측에서 공사업체를 동원해 낮 12시부터 앞자리를 차지하고 발언을 방해하거나 박수를 치는 등 분위기를 제압하려고 한다"면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공청회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는 공사 협력업체와 본사 영업과 지원부서 직원들을 동원했고, KT도 협력업체와 양재 전화국 등 인근 지사 직원들이 대거 나왔다"며 "공청회에 관련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겠지만, 오늘 행사는 동원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필수설비 고시개정 의견 수렴을 마무리 한 뒤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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