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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스마트폰, 아이폰 잡고 '퍼스트 무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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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2주년 특별기획 '1등 한국을 돌아본다'

[특별취재팀] TV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한국 IT·전자산업은 이미 세계 최고 위치에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쟁 업체와 달리 삼성과 LG 등이 '오너 경영'을 통해 승부처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선행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하지만 앞날이 마냥 보장돼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 태풍에 거함 노키아가 맥없이 몰락해버린 사례에서 보듯 이 시장은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급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기업은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 처해 있다. 세계 1등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성장하던 과거의 전략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스스로 혁신을 통해 끝없이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아이뉴스24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한국 IT·전자산업이 새롭게 헤쳐나아갈 방향에 대해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조명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韓 IT·전자산업 '목표 부재 아노미'에 빠졌다

2)韓 스마트폰, 아이폰 잡고 '퍼스트 무버'로

3)세계 TV 시장 '메이드 인 코리아' 굳히기

4)'격차 늘린다'…한국 반도체, 패러다임 변화 주도

5)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세계 제패 꿈꾼다

"2007년 6월27일. 아이폰이 처음나온 날을 3.1절 기억하듯 잊지 않는다. 우리에게 아이폰이란 정해진 무기와 약속된 장소에서 싸우던 낙동강전투에서 벗어나 전쟁의 구도를 바꾸고 무대를 넓힌 인천상륙작전 같은 존재였다."

'아이폰 등장'의 의미를 묻자 국내 휴대폰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회상했다.

어떤 업체도 비껴갈 수 없었던 '스마트폰' 폭풍을 탁월한 제조능력과 발빠른 대응을 토대로 빠른 시간에 극복, 오히려 기회로 이끌어온 국내 휴대폰 업계 임원들을 만났다.

애플을 능가하는 '퍼스트무버'로 도약하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탄력받기 시작한 LG전자, 꾸준한 혁신 시도로 세계 무대를 넓혀가는 팬택.

이 업체들이 단순히 점유율 상위권에 만족하지 않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1등 한국 스마트폰'으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상중이며 무엇을 핵심무기로 내세우는지 들어봤다.

한국 업체들은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는 중국폰들의 위세에 직면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들의 위협은 초기 아이폰 쇼크 못지 않은 '제 2의 쇼크'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더더욱 혁신을 거듭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스마트폰을 둘러싼 부품 및 디자인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콘텐츠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확대해 간다는 게 세 업체의 공통적인 계획이다.

◆제조력·속도로 애플 잡았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은 각각 9천760만대, 2천만대, 1천2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한국 스마트폰을 모두 합친 시장 점유율은 약 28%로 전세계 스마트폰 구입자 3~4명 중 1명이 한국 스마트폰을 샀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을 누르고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휴대폰 업계 임원들은 한국 업체들 특유의 탁월한 '제조력'과 디스플레이, 반도체, 배터리 등의 부품경쟁력, 발빠르게 트렌드를 따라온 저력이 스마트폰 태풍을 극복하고 더 큰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또 안드로이드를 위시한 범업계적 협력을 통해 애플이 재편해 놓은 시장 구도에 발빠르게 합류한 게 현명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팬택 중앙연구소장 문지욱 부사장은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대항마로 '안드로이드'를 채용할지 '윈도모바일'을 할지 여부를 두고 사내에서도 논란이 분분했다"며 "거센 반대를 뚫고 당시로선 입증 안된 안드로이드로 밀어부쳤으며 지금 그 판단이 옳았다는 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어느새 치고 올라온 '중국'이란 복병

하지만 어느새 중국업체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어느 업체나 초기엔 애플을 벤치마킹했음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어느정도 입지를 확보한 지금은 더이상 '따라가기'만으로는 우위를 지속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더 빠른 속도로 따라오는 중국 업체들에게 가격으로 밀릴 수 있는 위기가 다가온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캐너코드시큐리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4천1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3천260만대의 애플을 누르고 1위에 오른 것으로 예상했다. 노키아가 1천250만대로 3위,리서치인모션(RIM)이 1천110만대로 5위다.

화웨이는 840만대를 판매해 5위, 560만대의 ZTE는 7위로 예상된다. 특히 화웨이는 올해 전체 5천500만대를 판매해 노키아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ZTE는 2천940만대로 7위를 지킬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저가폰에 대응하기 위해 120달러의 '갤럭시Y' 등 저가 라인업을 완성해 신흥 시장 등을 공략 중이다. LG전자 역시 "100달러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격경쟁력만으로 판매대수를 사수하는 것보다 전세계 시장 트렌드를 주도라는 새로운 혁신을 선보이는 게 근본적인 방안이다.

◆삼성, '퍼스트 무버'로 도약한다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 센터(MSC)의 권강현 전무는 "아이폰은 삼성에게 좋은 경쟁자의 등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3GS가 국내에 나온 후부터 갤럭시S 시리즈를 필두로 스마트폰 경쟁력을 높여왔으며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애플을 이기고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가 됐다. 4분기엔 아이폰4S를 출시한 애플에 밀렸지만 올해 1분기 '갤럭시노트' 등의 판매호조로 다시 1위를 차지했다. 갤럭시노트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후 5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S펜'이 특징인 5.3인치폰인 갤럭시노트의 의미는 점유율 증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삼성전자가 '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도약하는 첫 제품이라고 삼성전자는 강조한다.

이처럼 아이폰에 대항할 제품을 만들고 애플의 점유율을 넘어서는 것이 삼성의 1단계 과제였다면 이를 이룬 현재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혁해 트렌드를 이끌고 생태계를 장악, 후발업체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는 차별력을 갖춰야할 2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단말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와 서비스 생태계를 그 핵심 무기로 보고있다.

권강현 전무는 "삼성전자는 제조능력과 함께 개발단계에서부터 삼성 단말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2단계 핵심무기"라며 "전세계 지법인을 활용해 지역에 특화된 서비스와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 단말기에 최적화된 콘텐츠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S펜 애플리케이션 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교육프로그램 '러닝허브'를 국내에 선보인 바 있다. S펜을 활용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을 통해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일반 소비자 뿐 아니라 미술, 디자인, 교육 등의 분야에서 새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다.

또 러닝허브를 통해 국내 34개 교육업체와 제휴해 1만2천여개의 유·무료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다. 양방향의 자기주도형 학습 도구로써 삼성 기기가 자리잡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권강현 전무는 "삼성의 단말은 단순 개별 기기가 아니라 생태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한다"며 "외부의 많은 필요와 아이디어를 수렴해 재공급하는 개방형 혁신과 양면시장에서의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LG '소비자 밀착'으로 '명가' 부활 노린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54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전년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피처폰 비중이 줄고 스마트폰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스마트폰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6.8%보다 크게 증가한 36%다. 증권업계는 올 4분기에는 LG전자의 스마트폰 비중이 4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LG전자는 여세를 몰아 과거 '초콜렛폰' 시절의 휴대폰 '명가'로 부활한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LTE 특허 세계 1위의 기술력, IPS 디스플레이 품질 등을 자사 스마트폰 차별력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핵심 전략은 '보편적 가치'라고 강조한다. 독특한 기능으로 눈길을 끌기보다 실제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는 얘기다.

예를들면 5인치 LTE폰 '옵티머스 뷰'의 경우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1년여간 소비자들의 손가락 평균 길이, 여성용 클러치백 크기, 셔츠 주머니 크기 등을 면밀히 검토하며 개발을 진행했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LG전자 권봉석 전무는 "독특한 기능이나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하면 상업적 성공을 할 순 있겠지만 과연 소비자들이 정말 필요한 '보편적 가치'인가를 생각했다"며 "순간 생각이 떠오를 때 빨리 손으로 메모할 수 있는 옵티머스 뷰의 '퀵메모' 기능처럼 소비자에 밀착한 사용자 경험(UX) 제공에 역량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권봉석 전무는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제품 경쟁력으로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의 차이가 있다"며 "단기적 관심을 끄는 기능보다 실제로 소비자의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UX가 전선을 바꾸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 역시 콘텐츠 생태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LG 기기에 최적화된 콘텐츠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부서를 최근 신설하기도 했다. 또 자사 모든 3D 기기로 이용할 수 있는 3D 콘텐츠 플랫폼도 향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권봉석 전무는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2007년 6월 27일 전선이 바뀌었다"며 "LG도 사람과 생각을 교류하는 스마트폰으로 전선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 '자체 기술'과 '개방'으로 세계무대 확장

팬택 중앙연구소장 문지욱 부사장은 "아이폰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고 답했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던 2007년은 팬택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던 해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팬택은 아이폰에 대한 탐색에 들어갔고 어떤 대응을 해야할지에 내부 논쟁이 분분했다.

아이폰3G 모델이 등장한 이후 문지욱 부사장은 내부 논란에도 '윈도모바일' 대신 애플과 유사한 생태계를 제공하는 '안드로이드'를 주장했고, 박병엽 부회장이 이에 힘을 실어줘 팬택은 안드로이드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당시로선 모험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이 재편한 시장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경쟁사들처럼 다양한 운영체제와 다양한 가격대 등의 모든 시도를 다 해볼 수 없었던 팬택은 최신사양 안드로이드폰에 '선택과 집중'을 지속한 결과 작년 4분기까지 1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 2011년 매출 3조원을 넘기며 워크아웃 이전 매출 수준을 회복했다. 과감한 결단이 위기에서 기회로 바뀌게 된 셈이다.

그리고 최근들어 팬택의 행보가 부쩍 눈에 띈다. 세계 최초로 동작인식 기능을 스마트폰에 접목한 '베가 LTE'시리즈부터 특허 방수 기술을 적용한 태블릿PC 등 새로운 시도들을 선보이고 있다. 팬택은 '자체 기술'을 통해 혁신을 지속하며 세계무대를 넓혀간다는 목표다.

두 제품에 탑재된 동작인식 기능과 방수기능은 모두 팬택이 자체 개발한 기술이다. 팬택은 지난해까지는 베가 LTE 시리즈에 외산 동작인식 기능을 채용했으나 올해 양산되는 제품부터는 자체 기술로 바꿨다. 또 태블릿PC에 접목한 방수 기능은 단말기의 테두리를 따라 실리콘 링을 끼우는 기존 방식이 아닌 방수시트로 메인보드 및 내장 부품을 감싸는 독자 개발 기술이다.

팬택은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자사나 계열사에서 스마트폰 부품들을 얻는 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일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을 폰에 입혀줄 '자체 기술'을 통해 새 트렌드를 만드는 동시에 차별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문지욱 부사장은 "부품을 가진 회사는 자사 폰과의 최적화 면에서 유리하겠지만 그것 만으론 한계"라며 "제품에 차별력을 부여할 수 있는 디자인, 기능, UX 등 '자체기술'들을 키워나가 혁신제품을 지속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 생태계 전략에 있어선 '개방' 전략을 구사한다는 게 팬택이 강조하는 점이다. 팬택은 지난달 클라우드 서비스 '베가 클라우드 라이브'를 발표했다. 애플 아이클라우드처럼 기기간 콘텐츠 동기화를 제공하지만 다른 업체의 TV, PC 등과도 연계가 된다는 게 특징이다.

문지욱 부사장은 "개방성 지향을 통해 팬택 스마트폰 생태계를 우리 제품 뿐 아니라 타사의 기기까지 확장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김지연, 강현주, 박웅서, 김현주, 박계현, 백나영 기자

/특별취재팀 digita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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