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11일 실시된 19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원내 제1당 지위를 유지하게 되자 청와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저녁 방송3사 출구조사 발표가 나올 때만 해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합해 과반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와대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개표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새누리당이 텃밭인 영남을 기반으로 강원·충청에서 선전하고 수도권 경합지역에서도 우세를 보이면서 단독 과반을 내다보는 상황으로 바뀌자 분위기가 호전됐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논평에서 "현명한 선택을 한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정부는 안정된 국정운영과 민생을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국익과 미래를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최악'으로 여겨졌던 여소야대 구도는 피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순탄하게 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야당이 비록 패배했지만 총선 이후 대선정국에서 다시금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민간인 불법사찰과 대통령 측근·친인척 비리를 비롯한 각종 권력형 게이트를 고리로 이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대통령이 '친정'인 새누리당의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총선 과정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장악력이 강해진 새누리당이 이 대통령에 힘을 실어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박 위원장의 대권행보를 위해선 이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이 새누리당 내에서 불거지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까지 '정권 심판론'을 달고 갈 수 없다. 빨리 '이명박근혜'라는 단어를 지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자신감있게 털 것은 털고 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처 입은 이 대통령을 감쌀 여유가 없는 셈이다.
나아가 대선정국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박 위원장마저 '심판론'에 엮일 경우 새누리당 내에서 '대통령 탈당' 요구가 재점화될 수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은 급격한 레임덕에 빠져들며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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