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포괄수가제(DRG)에 강력히 반발해 온 대한의사협회가 결국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탈퇴를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4일 오후 열린 제13차 건정심에서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포괄수가제 의결에 반발, 반대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퇴했다.
이날 의협 대표 자격의 건정심 위원 2명은 회의장에서 중도 퇴장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건정심에서 복지부가 표결로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을 밀어붙였다"며 "의사단체의 의견을 묵살하는 데 항의하며 건정심의 인적 구성이 바뀌기 전까지 탈퇴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을 기망하는 일에 무기력하게 들러리 역할을 하지 않겠다"며 "건정심 탈퇴 이후 절대 슬그머니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정심은 위원장 외 의료소비자·공급자·공익단체가 각 8명씩 참여, 요양급여의 기준과 비용·건강보험료율 등을 결정짓는 최고 의결기구다.
이에 대해 의협은 표결시 전문가단체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고 묵살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 대변인은 "중립을 지켜야 할 공익단체 8인 중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측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건정심의 모든 결정은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노사가 1대1의 동수로 협의구조를 갖춘 것과 동일하게 건정심도 의·약·치·한의학 등 각 단체와 정부가 1대1의 협의체를 갖춰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날 건정심에서는 병·의원급 의료기관에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을 골자로 하는 '7개 질병군 포괄수가 고시 개정안'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소위원회로 넘어갔다.
복지부 관계자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오는 7월부터 병·의원에서 당연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심의했지만 결국 위원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재논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건정심 위원 중 의협 측 2명을 제외한 22명은 결의문을 통해 "개인자격이 아닌 의협 대표로 참석한 위원들이, 건정심에서 충분히 협의하고 의결된 사항에 대해 집행부가 바뀌었다고 반대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이례적으로 의협에 대한 비난 의견을 표명했다.
이들은 이어 "건정심 위원 전원은 의협에 합리적인 의견 도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다시 논의할 것을 요청하며 의협의 변화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의료계가 이 처럼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포괄수가제가 시행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진료비를 지불할 때 환자의 진단명을 기준으로 일정 금액을 미리 정해 놓는 제도다. 치료 과정에서 입원일수, 주사, 검사 등이 추가돼도 일정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맹장, 치질, 백내장, 편도선, 자궁, 제왕절개 등 7개 질환을 대상으로 병·의원에 의무적으로 포괄수가제를 적용키로 했다. 또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료기관에 의무 적용된다.
정부는 불필요한 의료비 절감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란 점을 내세워 포괄수가제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의사들은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 저하와 경영악화 등을 초래한다며 반발해 갈등을 빚어왔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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