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삼성이 모처럼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승기를 잡기는 힘들 전망이다.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3G통신 특허 본안 소송에서 애플 제품이 삼성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헤이그법원이 이번에 인정한 특허는 '제어정보신호 전송 오류 감소를 위해 신호를 부호화하는 방법(특허 269)'. 법원은 아이폰3와 3GS, 아이폰4를 비롯해 아이패드1, 2가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최신 제품인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는 삼성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했다. 애플은 아이폰4S부터 인텔 칩 대신 퀄컴 칩셋을 탑재했다.
또 소송 비용도 삼성이 부담하게 됐다. 문제 제기한 특허권 4개 중 한 개에 대해서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소송 비용 80만 유로도 삼성이 부담
이번 판결에 따라 애플은 아이폰3를 비롯한 구형 모델에 인텔과 인피니언의 칩을 사용할 경우 삼성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외신들에 따르면 법원은 애플 측에게 2010년 4월 이후 네덜란드에서 판매된 제품에 대해 삼성에 적절한 보상을 하라고 명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넥스트웹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이번 판결이 삼성에겐 '제한적인 승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우선 삼성은 문제 제기한 특허권 4개 중 한 개에 대해서만 인정받았다. 나머지 특허권 3개는 사실상 기각된 것. 이에 따라 소송 비용 80만 유로는 삼성 측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또 헤이그법원은 '특허269' 역시 최신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애플 입장에선 아무런 제한 없이 주력 모델인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를 판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번 판결에서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가 빠진 것은 애플이 이전 모델과 다른 칩셋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아이폰4와 아이패드2까지 인텔과 인피니언 칩을 이용했던 애플은 최신 모델부터는 퀄컴 칩셋으로 교체를 했다. 퀄컴 칩셋은 퀄컴 측이 삼성에 정당한 로열티를 주고 개발했기 때문에 특허권은 자동 소멸된다.
특허권 사용료를 받는 부분도 상당히 조심스럽다. 삼성이 이번에 인정받은 것은 이동통신 분야의 '표준특허'이기 때문이다. 표준 특허권일 경우엔 `프랜드(FRAND)'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특허 사용료를 요구해야 한다. 특허 보유권자가 과도한 요구를 할 경우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삼성, 독일서 패소한 특허권 네덜란드서 인정받아
물론 삼성 입장에서도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 해 4월 두 회사간 특허전쟁이 시작된 이래 법원에서 처음으로 특허권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비록 구형 모델에 한하긴 하지만 유럽 지역에서 개최된 본안 소송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지난 3월 독일 만하임 법원은 애플이 삼성의 269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더넥스트웹에 따르면 삼성 측은 헤이그법원의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 네덜란드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애플 제품이 초래한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구체적으로 애플 측으로부터 어느 정도 피해를 보상받을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넥스트웹은 피해 보상액이 수 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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