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미국 법원이 갤럭시 탭 10.1 판매금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 해 12월 초 판금 신청을 기각했던 미국 법원이 불과 6개월 만에 상반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새너제이 연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26일(현지 시간)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 탭 10.1 판매금지 조치를 받아들였다. 코 판사는 이날 "(판금 조치를 내릴 경우) 삼성이 고통을 받을 테지만, 판금 조치가 없을 경우 애플이 받을 피해가 더 크다"면서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고 판사가 6개월 만에 갤럭시 탭 10.1 판매금지 반대에서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꾼 근거는 뭘까?
◆항소법원, 'D889 특허 무효 판결 잘못' 파기 환송
당시 문제가 됐던 특허는 크게 네 종류였다. 아이폰 디자인 특허인 D087과 D677, 아이패드 관련 디자인 특허인 D889, 그리고 바운스백 특허인 D381 등이 바로 그 것.
루시 고 판사는 당시 D087과 D889 특허는 무효라고 판정했다. 반면 아이폰 디자인 특허인 D677은 유효할 뿐 아니라 삼성 갤럭시 탭이 특허 침해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침해가 애플 측에 '되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면서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미국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특허권을 침해한 사실만으로는 판매금지 조치를 내릴 수 없다.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는 측이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당연히 애플 측은 하급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런데 지난 5월 순회 항소법원이 하급법원의 판결 중 일부를 문제삼았다. D889 특허가 무효라고 한 하급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
새너제이 법원은 당시 삼성이 선행 기술로 증거 제출한 나이트리더의 피들러 단말기 때문에 애플의 특허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은 지난 해 12월 새너제이 법원 판결을 대부분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D889 특허권이 무효라는 판결은 잘못됐다면서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새너제이 법원의 이번 재판에선 D889 부분이 핵심 이슈였다. 코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항소법원의 지적에 따라) 고통의 형평과 공중의 이익 부분을 집중 심리했다"고 설명했다.
◆ 고통의 형평 (balance of hardships)
지난 해 재판 당시 새너제이 법원은 갤럭시 탭이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아이패드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두 제품의 유사성을 문제삼을 때 근거가 되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바로 D889였다.
하지만 당시 새너제이 법원은 D889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부분이 항소법원에서 뒤집어 짐에 따라 애플 측이 큰 힘을 받게 됐다.
삼성은 판금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크게 두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즉, 전체 제품의 일부 기능만을 문제 삼아 광범위한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 또 판금 조치가 내려질 경우 삼성과 미국 이동통신사 간의 비즈니스 관계에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너제이 법원은 이번에 삼성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고통의 형평' 차원에서 판매금지 조치를 내릴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디자인은 복잡한 기술이 가미된 제품의 일부 요소일 뿐"이라는 삼성의 주장에 대해 "디자인은 태블릿 판매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판결은 상급법원인 순회항소법원이 지난 달 D889 특허권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당시 항소법원은 삼성이 D889 특허 무효를 입증할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항소법원 명령에 따라 갤럭시 탭 10.1 판금 신청 건을 재심리한 새너제이 법원은 '고통의 형평'이란 부분을 집중 고려했다고 밝혔다.
고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갤럭시 탭 10.1을 판금 조치할 경우 삼성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판금 조치가 없을 경우 예상되는) 애플의 피해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 판사는 "(예상되는) 삼성의 피해가 애플이 입을 피해를 넘어서진 못할 것"이라면서 애플 측의 판금 신청을 받아들였다.
◆공중의 이익
새너베이 법원의 이번 재판에서 '공중의 이익' 역시 중요한 이슈였다. 항소법원이 갤럭시 탭 10.1 판매금지 건을 환송하면서 공중의 이익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검토하라고 지적한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재판 내내 경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태블릿 시장에서 아이패드와 경쟁하는 갤럭시 탭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은 공중의 이익에 반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특허권을 강화하는 것이 공중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맞섰다.
새너제이 법원은 갤럭시 탭 10.1 판매금지 문제를 다룬 이번 재판에선 애플 쪽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코 판사는 이날 판결문을 통해 "삼성이 경쟁할 권리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불공정한 방법으로 경쟁할 권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루시 고 판사는 삼성의 갤럭시 탭 10.1을 미국 내에서 생산,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물론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도 금지된다.
반면 애플 측에 대해선 260만달러의 공탁금을 기탁하라고 판결했다. 이 공탁금은 최종 판결에서 갤럭시 탭 10.1 판매금지 조치가 부당한 것으로 판결될 경우 야기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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