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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 애플과 특허전쟁서 이긴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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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점 잡은 뒤 선제공격…영국을 소송지로 택한 것도 주효

[김익현기자] 미국에서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특허 소송에서 연이어 승리했던 애플이 영국에선 패배했다. 대만업체인 HTC와의 소송에서 패배하면서 기세가 한 풀 꺾이게 됐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 법원은 4일(현지시간) HTC와 애플 간의 4개 특허권 침해 확인 소송에서 HTC 쪽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 고등법원의 크리스토퍼 플로이드 판사는 이날 쟁점이 된 4개 특허권 어느 것에 대해서도 HTC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특히 '밀어서 잠금 해제'를 비롯한 애플의 몇몇 특허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판결해 관심을 모았다.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권도 무효 판결

이번 소송은 HTC가 먼저 제기했다. HTC는 독일을 비롯한 다른 지역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 영국에서 애플 특허가 무효라는 확인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애플이 멀티터치 특허권 침해 혐의로 HTC를 맞제소하면서 판이 커지게 됐다.

이번에 쟁점이 된 부분은 크게 네 가지 특허였다. 이 중 '터치 이벤트 모델'(특허번호 EP2098948)은 애플이 특허 침해 주장을 한 것이며, 나머지는 HTC 쪽이 애플 특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첫 번째 쟁점인 '터치 이벤트 모델'은 애플 특유의 멀티 터치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다. 애플은 HTC가 특허권 무효 소송을 제기하자 '터치 이벤트 모델' 특허권 침해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하지만 영국 법원은 애플의 '터치 이벤트 모델'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터치 이벤트 모델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능과 관련된 특허권이기 때문에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연히 HTC가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애플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특허는 HTC 쪽이 특허 무효 확인 판결을 요구한 것이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바로 애플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밀어서 잠금 해제'(특허번호 1964022)였다. 영국 법원은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 무효 확인 판결을 해 달라는 HTC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HTC가 증거 제출한 '터치 스크린 토글' 디자인을 선행 기술로 인정한 것이다. '터치 스크린 토글'은 1990년대 캐서린 플레이센트와 대니얼 월레스 등이 제작한 것으로 삼성 역시 네덜란드 재판 때 효과적으로 사용한 적 있다.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권의 선행 기술로 인정된 '터치 스크린 토글'

HTC가 문제 삼은 또 다른 특허권은 포토 갤러리에서 사진을 넘기는 기술(특허번호 2059868)이다. 영국 법원은 이 특허권에 대해서는 HTC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허권 자체는 효력을 가진다고 판결한 것. 하지만 영국 법원은 HTC 단말기들이 이 특허권을 침해하지는 않았다고 판결했다.

영국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삼성을 비롯한 다른 업체들에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그 동안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를 상대로 한 재판에서 '밀어서 잠금 해제'와 '포토 갤러리 사진 넘기는 기술' 관련 특허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영국 법원에서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를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최소한 유럽 지역 재판에선 적잖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당연히 애플은 영국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논점이 된 특허 기술은 다중언어 키보드 특허(특허번호 1168859)였다. 이 특허권은 여러 언어들을 자동으로 전환해주는 기능을 영국 법원은 이 특허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HTC, 영국을 소송지로 택한 건 탁월한 전략

영국에서 벌어진 이번 재판은 다른 특허 소송과 조금 성격이 다르다. 특허 침해를 주장했던 다른 재판들과 달리 이번 소송은 HTC 측이 애플 특허가 효력이 없다는 확인 판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HTC 측이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독일 등 유럽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HTC가 영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도 훌륭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법원은 전통적으로 특허 소송에서 공격을 당하는 쪽에 가장 친화적인 판결을 내리는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플로리언 뮐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영국 법원에서 특허 침해 판결이 내려진 비율은 1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이번 소송은 영국에서의 승패보다는 다른 지역에 미칠 영향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플과 전 세계 각지역에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플로리언 뮐러는 "이번 판결은 최소한 유럽 다른 나라와 오스트레일리아 재판에는 큰 영향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영국 법원은 재판과정에서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재판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TC와 애플은 영국에서 공방을 벌인 4개 특허권을 놓고 독일 법원에서도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뮐러는 "이번 재판 결과 HTC는 최소한 유럽지역에서는 애플의 공세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특허 공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 또 다른 변수가 제기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플로리언 뮐러 "미국 재판엔 직접 영향 없을 것"

HTC의 이번 승리는 특허 재판에서도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삼성을 비롯한 다른 안드로이드 업체들에게도 큰 교훈이 될 가능성이 많다.

당장 유럽,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애플과 직접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 입장에선 참고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HTC 단말기가 애플의 '포토 갤러리 사진 넘기는 기술'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 역시 삼성에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달말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 법원에서 시작될 갤럭시 탭, 갤럭시 넥서스 관련 재판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영국 고등법원 판결이 미국 재판에는 그다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삼성 입장에선 HTC의 승리 전략을 그대로 미국 법원에 적용하는 건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의 취약점을 잘 잡아낸 뒤 유리한 소송 지역을 선택해 특허 효력 무효 확인 판결이란 선제공격을 감행한 HTC의 전략은 삼성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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