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그룹 7개 계열사와 SK C&C간 시스템 관리 및 유지보수 사업 거래에서 '부당거래' 행위가 적발됐다며 과징금 346억6천100만원을 부과했다.
SK그룹에 대한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 시스템통합(SI) 분야 내부거래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제재를 가한 사례다.
공정위는 8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네트웍스, SK건설, SK마케팅앤컴퍼니, SK증권이 SK C&C와 시스템 관리 및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SK C&C를 부당 지원한 행위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건 조사과정에서 SK C&C 및 소속 임직원들의 조사 방해 행위가 있었다며, 이에 대해서도 총 2억9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 "SK 7개 계열사, SK C&C에 부당지원"
이번에 공정위가 문제삼은 부분은 SK그룹 7개 계열사와 SK C&C 간 시스템 관리 및 유지보수 계약에서 인건비와 시스템 유지보수비가 과다 지급됐다는 것이다.
우선 인건비 과다 지급과 관련, SK그룹 7개 계열사는 SK C&C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5년 또는 10년에 걸쳐 전산 시스템 관리 및 운영에 대한 IT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단가가 '현저히' 높게 책정됐다는 부분이 지적됐다.
공정위는 "인건비 단가를 정부고시단가보다 낮게 정하는 것이 2008년 이후 변화된 거래 관행임에도 SK그룹은 고시단가를 거의 그대로 지급했다"면서 "이는 SK C&C가 특수관계가 없는 비계열사와 거래할 때 적용한 단가보다 9~72% 높은 수준이고, 다른 SI업체가 거래한 단가에 비해서도 11~59%가 높다"고 밝혔다.
유지보수비 과다 지급 부분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SK텔레콤과 SK C&C 간 거래에서 전산장비 유지보수를 위한 유지보수요율을 다른 계열사보다 약 20% 높게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은 SK 계열사 중 가장 많은 물량을 갖고 있음에도 수량할인(Volume Discount)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은 유지보수요율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7개 계열사가 SK C&C와 거래하는 전체 유지보수비 중 SK텔레콤의 비중은 76%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공정위는 "일반적으로 시스템 유지보수 업체들은 계약기간이 길어지거나 계약 물량이 많아질 경우 규모에 따른 할인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SK텔레콤의 유지보수요율은 다른 통신업체보다 1.8~3.8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정위는 SK 계열사들과 SK C&C간 IT아웃소싱 거래는 아무런 경쟁 없이 5년 내지 10년의 장기간 수의 계약 방식으로 이뤄져 SK C&C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SK 7개 계열사들은 경쟁입찰 실시 등 거래 상대방 또는 거래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체결할 수 있는 절차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SK C&C가 일률적으로 정한 단가에 맞춰 현저히 유리한 거래 조건을 충분한 검토 없이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SK "공정위, IT서비스업에 대한 몰이해"…제재조치 불복
그러나 이같은 공정위의 지적에 SK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고시단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에 안맞는다'는 이유로 제재 조치를 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가 IT서비스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방적인 기준을 들이대 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인건비 산정 관련, SK 측은 정부고시 단가는 IT아웃소싱 거래에서 인건비를 산정하는데 유일한 객관적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공정위와 법원도 정부고시단가가 정상가격이라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고시단가를 준수했지만 다른 SI업체들이 정부고시단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를 하니, SK의 사례가 부당하다'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정부고시단가의 경우 임금의 하한선을 제시한 것으로, 공정위도 심사보고서나 전원회의 당시 인건비 단가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의 인건비가 적당한지 인건비 단가 산정 기준이 모호한 것이다.
SK 측은 또한 SK텔레콤에 대한 유지보수요율 부분에 대해서도 해당 시스템과 장비 사양, 가격, 중요도, 복잡도, 유지관리수준, 장비 도입 방식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 결정되는 사안이라며, SK텔레콤의 유지보수요율은 타 계열사 요율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서버 장비는 최고 사양인 유닉스 서버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유닉스 서버 비중이 타 계열사 대비 두배나 많다. 보통 유닉스 서버의 유지관리비용은 x86 등 저사양의 서버 대비 10배 가량 높은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관리범위, 시간, 최대장애시간, 수준미달시 패털티 등 SK C&C가 SK텔레콤에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 또한 '최고'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유지보수요율을 받는다고 SK 측은 밝혔다.
실제로 SK텔레콤에 대한 서비스 관리는 24시간 365일 무중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다른 계열사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인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특히 서비스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할시 SK C&C가 감당해야 하는 패널티 또한 타 계열사 보다 두배 이상 많아 높은 유지보수요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논리다.
SK 측은 따라서 이번 공정위 제재 조치에 불복하며, 향후 법적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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