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IT서비스 기업들이 수행중인 시스템통합(SI)이 재벌 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행태의 대표 사례로 비판받는 가운데 기업들의 SI사업 발주 형태가 계열 IT서비스 기업과의 수의계약이 아닌 외부 공개 경쟁입찰로 전환되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감시 강화와 정치권 및 여론의 지적에 따라 최근 재벌 기업집단들이 SI 업무를 외부에 공개해 경쟁 입찰로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IT서비스 기업들은 여전히 그룹사 내부 일감에 의존하고 있지만,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룹 내부 물량이라도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을 수주하는 것이다.
LG CNS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룹사의 일감을 외부 기업에게 주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맞다"면서 "그룹사의 일감을 계열사에 줘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LG그룹은 과거부터 SI 사업에 대한 외부 경쟁입찰 방식을 선호해 왔다. 전사적자원관리(ERP)나 보안 등 핵심 SI 업무 외의 다른 사업들은 LG CNS나 LG엔시스가 아닌 외부 업체에 맡겼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핵심 시스템 업무 외에 대부분의 사업들을 공개 경쟁 입찰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 CNS의 내부 매출 비중은 자체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30%, 연결 제무제표 기준으로는 50% 선에 그치고 있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최근 공정위로부터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받았지만, SK C&C는 그룹 SI사업의 일부분만을 담당하고 있다. SK에너지와 같은 대규모 ERP의 경우 워낙 규모가 크고 핵심 업무라 SK C&C가 맡아 운영하고 있지만, 역량이 안되거나 적절치 않은 사업은 그룹사 일감이라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SK C&C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가 SK텔레콤이지만, SK C&C는 SK텔레콤의 연간 IT투자액 중 17%만 수행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삼성SDS의 내부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삼성SDS의 자체 성장 속도보다 삼성전자 등의 계열사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일감을 몰아줘서 삼성SDS의 외형이 성장하고 있다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그룹사의 SI사업 중 외부에 주는 사업들도 분명히 있다"면서 "그룹의 모든 물량은 삼성SDS의 인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1위인 삼성SDS는 1만4천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사의 일을 다 감당하기에는 일손이 달린다는 뜻이다.
◆그룹사 일감 외부에 주려해도 제약 많아
그룹사의 SI 업무를 외부에 맡기려해도 제약 사항이 따른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역량있는 기업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고 외부 업체의 책임감도 낮아 어쩔 수 없이 계열 IT서비스 기업들이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IT서비스 기업들의 본업은 그룹의 전산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라며 "이에 충실하다 보면 외부 기업의 사업에 참여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서비스 품질이 낮아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서 "결국 외부에 사업을 줬다가 계열 IT서비스 기업이 뒷수습하러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부그룹의 경우 동부생명의 IT시스템 구축 사업을 경쟁입찰로 진행해 대형 글로벌 기업이 사업을 수주,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나가버려 동부CNI가 다시 시스템 구축을 진행한바 있다.
동부CNI 관계자는 "해당 사업자가 포기한 사업에 동부CNI가 참여해 프로젝트를 마쳤다"면서 "동부생명보다 10배는 더 큰 동부화재의 시스템 구축 사업은 아예 하려는 사업자가 없다는 게 주 이유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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