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상용화 한 통신기술 와이브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글로벌 와이브로 주도자였던 인텔과 삼성전자가 사실상 '포기'를 선언한 상황에서 국내 선두주자였던 KT마저 와이브로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 '와이브로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까지도 와이브로 기술에 대한 정책 집행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술 고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와이브로 고도화 단계에서 '전환' 고민
지난 17일 표현명 KT 사장은 "글로벌 와이맥스(와이브로)를 서비스중인 통신사들이 속속 TD LTE로 전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일본처럼 기술 고립을 면치 못할지도 모른다"면서 정책 당국이 와이브로의 미래에 대해 심도깊게 고민해 줄 것을 촉구했다.
와이브로는 LTE보다 5년이나 빨리 상용화된 기술로 속도나 기술 측면에서 우위를 자랑한 토종 통신기술이다.
그러나 전세계 대부분의 이동통신사들이 WCDMA와 기술방식이 유사한 LTE로 4세대 통신망을 선택하면서 와이브로는 시장에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토종 기술'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어 로열티를 받을 수 있고 우리나라가 통신표준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통신사를 압박해 와이브로 투자를 장려해왔으나 이제는 국내 통신사마저 '더이상 와이브로는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는 단계인 것이다.
때문에 방통위는 고민이 많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와이브로를 상용화 했던 통신사들이 TD LTE(중국식 시분할 LTE)로 전환하는 등의 글로벌 기술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와이브로의 우수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통신기술은 무엇보다 '글로벌 호환성'이 중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와이브로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KT와 SK텔레콤 합쳐 2조원을 쏟아부은 와이브로를 이제와서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방통위 통신정책기획과 이상학 과장은 "와이브로의 진로는 바뀐 것이 없다. 와이브로는 통신 우회망으로서 충분히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잘라말했다.
방통위는 지난 3월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을 새롭게 발표했는데, 이는 그동안 KT와 SK텔레콤이 쏟아부은 와이브로 투자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 과장은 "TD LTE 자체가 와이브로와 동일한 TDD(Time Division Duplex) 방식의 무선 데이터 서비스 기술로, 60% 이상이 동일한 기술이며 장비 역시 모듈 하나만 교체하면 손쉽게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이미 투자한 와이브로를 버리고 제대로 상용화되지도 않은 TD LTE로 이행하겠다는 것은 다소 극단적인 흑백논리"라면서 "이같은 판단은 와이브로 이후 망 고도화 시점에서 기술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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