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여러 차례 시도에도 끝내 거절 당한 삼성이 초강수를 던졌다. 법정에서 금지된 자료를 언론에 공개해버린 것이다. 배심원보다는 민심에 호소하는 전략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31일(현지시간) 루시 고 판사가 2006년 제품 개발 관련 자료 및 니시보리 신 증언 자료 공개를 재차 금지한 직후 곧바로 이 자료들을 언론에 공개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기에 삼성이 그토록 이 자료들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걸까?
◆조너선 아이브에 보낸 이메일도 공개
이번에 공개된 12장의 사진 슬라이드에는 애플 전 디자이너인 니시보리 신의 증언 내용과 함께 삼성이 2006년 개발했던 스마트폰 사진이 담겨 있다.
삼성 입장에선 ▲애플 디자인이 독창적인 것이 아니며 ▲자신들이 아이폰을 베끼지 않았다는 점을 동시에 부각시키려는 자료였던 셈이다.
우선 니시보리 신 증언과 관련된 자료에는 아이폰 초기 개발 당시 있었던 일이 소개되고 있다. 니시보리 증언에 따르면 디자인 책임자인 조너선 아이브는 당시 "소니가 아이폰을 만든다면 어떤 모양이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면서 "그걸 나한테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다른 증언 내용에는 니시보리 신이 "나 자신의 생각, 혹은 소니 같은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가 만든 것"이란 답변이 담겨 있다.
삼성이 공개한 내용대로라면 아이폰 초기 디자인이 소니 제품을 상당 부분 참조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많다. 당연히 애플에겐 치명적인 자료들이다.
나머지 사진 자료들은 삼성이 2006년 개발 작업을 진행했던 스마트폰 사진이 담겨 있다. 사진에 있는 스마트폰은 현재 갤럭시 폰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자료에는 2006년 3월과 6월 등 구체적인 일시가 담겨 있다. 삼성 입장에선 2007년 아이폰이 공개되기 전에 이미 스마트폰 자체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줄 수 있는 자료들이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 중에는 리처드 하워스가 조너선 아이브에게 보낸 이메일도 포함돼 있다.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하워스는 조너선 아이브에게 "니시보리 신이 만든 제품이 소니 것과 너무 유사해 보인다"고 걱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루시 고 판사 "누가 공개한 거냐" 분노
삼성이 이 자료들을 전격 공개하자 애플 측은 당연히 강력 반발했다. 배심원들 앞에서 시연하지 못하도록 한 자료들을 공개해버린 것은 "비열한 짓"이라는 게 애플 측 주장이다.
애플 변호인들은 삼성이 자료를 공개한 직후 곧바로 루시 고 판사에게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루시 고 판사 역시 삼성의 이번 공개에 대해 상당히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시 고 판사는 재판 시작 전에 삼성이 이번에 공개한 자료들은 시한이 지난 뒤에 제출했기 때문에 법정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명령했다.
올싱스디지털에 따르면 루시 고 판사는 존 퀸 삼성 쪽 변호사에게 즉시 자신을 찾아오라고 전달했다. 고 판사는 이와 함께 "누가 이 자료들을 공개했으며, 삼성 법무팀 중에서 누가 그것을 허락했는 지 알아야겠다"고 말했다고 올싱스디지털이 전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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