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지난 3개월간 사용한 마케팅 비용이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 마케팅비로는 역대 최대규모 수준이다.
LTE 가입자 유치를 위해 스마트폰 한대당 수십만원의 보조금과 대리점 수수료를 뿌렸기 때문인데, 망중립성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분기 이들이 '수익 악화로 투자저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던 것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5일 통신3사의 2분기 실적발표 내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3사는 지난 석달간 총 2조36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했다. 해당 마케팅비에서 광고선전비는 5% 남짓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비용은 고스란히 보조금으로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3사는 LTE망 구축 등 설비 투자에도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었지만 당장 시장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보조금'이라는 처방이기 때문에 3사의 보조금 경쟁은 브레이크 없이 계속된 것이다.
◆수익 반토막 나도 '보조금'은 펑펑
통신3사는 2분기에 최악 수준의 실적표를 받아들었다. SK텔레콤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42.8%나 줄었고 KT도 14% 감소했다. LG유플러스는 무려 94.8%나 급감했다.
순이익도 반토막이 났다. SK텔레콤은 74.1%가 줄었고 KT도 43.4%가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통신사들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기업환경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을 종종 호소했다. 특히 보이스톡과 같은 스마트폰인터넷전화(mVoIP)가 등장하면서 수익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다며 이 회사들이 통신사의 망을 이용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신사의 이같은 주장은 실적발표 결과 전혀 엉뚱한 주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mVoIP가 장기적으로 통신사의 수익을 위협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정작 통신사가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당장 자신들의 회사로 가입자 한명을 끌어오기 위해 소모적으로 뿌려댄 '보조금' 때문이었다.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보조금을 풀었다. 이 회사는 2분기에 무려 매출의 31.3%에 해당하는 9천600억원의 마케팅비를 집행했다. KT는 5천890억원의 마케팅비를 사용했는데, 계열사 매출을 제외한 통신매출로만 비교한다면 이 회사 역시 매출의 30%를 훌쩍 넘는 비용을 보조금으로 소모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영업이익이 90% 이상 급감하는 재무적 위기 속에서도 보조금만큼은 전분기보다 23% 이상 늘어난 4천866억원을 집행했다. 매출의 27.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통신3사가 2분기에 이처럼 많은 보조금을 집행한 이유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LTE 시장에서 초기 승기를 잡기 위한 과열경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만년 3위이던 LG유플러스가 지난 3월말 LTE 전국망을 가장 먼저 구축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 시장 과열의 시작이었다.
SK텔레콤이나 KT는 이 회사에 비해 LTE 전국망 구축이 3개월 이상 늦어졌고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두 회사 역시 보조금이라는 극약처방을 사용했다.
실제로 경쟁이 가장 과열됐던 4~5월의 경우 LTE 휴대폰 한대에 1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주어진다는 루머까지 떠돌았다.
실제로 당시 100만원에 육박하는 인기 스마트폰 갤럭시노트와 옵티머스뷰의 경우도 한달 3천원 정도의 단말부담이면 살 수 있었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리베이트(판매촉진금) 지급률이 높아졌다"며 "LG유플러스는 3월 말 전국망 구축을 마쳤고 SK텔레콤과 KT가 뒤를 이으면서 상호 대리점 리베이트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 대신 생산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며 3사에 경고 조치 등을 취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세 회사는 2분기 사상 최악 수준인 실적 악화를 겪었다.
◆하반기 보조금 경쟁 계속될 수도
통신3사는 이번 2분기에 이례적으로 보조금을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었으며 하반기에는 보조금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SK텔레콤 안승윤 경영전략실장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상반기 마케팅비용 집행이 다소 많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하반기에는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보조금 집행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역시 "하반기에는 점유율 경쟁을 원하지 않고 보조금 경쟁을 할 생각도 없다"면서 "마케팅 비용도 하반기부터 안정화 돼 상반기 보다 훨씬 적어질 것이며 앞으로 손익을 훼손시키지 않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보조금 경쟁의 특성상 어느 한 회사라고 보조금을 풀기 시작하면 나머지 두 회사도 따라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하반기 보조금 경쟁의 칼자루는 KT가 쥐고 있다.
KT는 하반기에는 지난 상반기처럼 보조금을 많이 투입하지는 않겠다고 하면서도 LTE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경쟁을 펼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KT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범준 전무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 상반기는 아주 이례적으로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다. LTE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마케팅 비용 경쟁을 부추겼다"면서 "KT는 LTE 부분에서 다소 늦은 출발로 우려가 컸지만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마케팅 경쟁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 마케팅 경쟁은 상반기에 비해 '정상화' 된다는 의미이지 완전히 경쟁이 '쿨 다운'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KT 역시 정상적인 마케팅 경쟁 범주 내에서 LTE 가입자 목표 400만명을 달성하도록 하겠다"면서 여운을 남겼다.
통신3사의 제살 깎아먹기식 보조금 경쟁이 하반기에는 잦아들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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