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안정적인 1위에 올라섰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을 제쳤고, 애플과의 격차는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일반폰까지 합친 시장에서도 14년 동안 1위를 유지했던 노키아마저 제치고 사업 진출 23년 만에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이런 성과는 특히 '아이폰 쓰나미'에 떠밀려 큰 위기에 몰렸다가 극적으로 반전시킨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아직까지 '아이폰 쓰나미'에서 확실하게 살아 돌아온 경쟁 휴대폰 글로벌 기업은 삼성 외에 거의 없다. 아이뉴스24는 사지에서 돌아와 세계 최강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긴급진단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삼성 폰 왜 강한가-2] 기초 체력 + 오너 스피드 경영
얼핏 생각하기에 삼성전자는 '운이 좋은 회사'처럼 보인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던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 리서치인모션 등 전통의 강호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급격히 추락한 반면에 삼성은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1위를 단순히 운으로 차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오래된 준비"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삼성도 스마트폰으로의 대이동이라는 격변기에 한 때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이에 위축되기 보다 오히려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또 여러 관계사와 협력을 더 공고히했다. 시기마다 내놓은 전략 전술도 맞아떨어졌다. 이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그 밑바닥에는 평소 기초 체력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휴대폰 공룡들의 처절한 몰락
지난 2007년 첫 선을 보인 아이폰은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단순 통화기능 위주의 휴대폰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는 기기로 변모하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새로운 변화에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노키아나 모토로라, 리서치인모션(RIM) 등 휴대폰 시장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업체들은 아이폰의 인기를 '찻잔속의 태풍'으로 평가 절하했다. 그 결과 휴대폰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공룡들은 애플발 '아이폰 쓰나미'에 맥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노키아는 1998년 이후 14년째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강자였다. 2008년에는 세계 휴대폰 점유율 40%로 절반에 가까운 땅을 차지하며 '노키아 천하'를 이루는 듯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열풍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안드로이드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에 융화되지 못하고 심비안OS에 매달리면서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자체 OS를 고집하면서 닫힌 생태계가 됐고 개발자가 떠나면서 생태계가 붕괴됐다. 노키아는 4년간 시장점유율 하락을 거듭하다 올 2분기에는 23%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아이폰 등장 이후 주가는 10분의 1로 폭락했다.
모토로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4년 자사의 대표적 모델 '레이저(RAZR)'로 세계적인 히트를 했지만 아이폰 출시 이후 뒤바뀐 판도에 맞설 수 있는 스마트폰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지난 2011년 8월 구글에 피인수됐다.
오바마폰으로 불리던 '블랙베리'의 제조사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 역시 급속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림은 지난 1999년 e메일 서비스가 가능한 블랙베리를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했다. 2007년에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2012년 2분기에는 7%까지 하락하면서 5위권 안에 들지도 못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2년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르던 HTC의 성장세도 꺾였다. HTC는 자체 스마트폰 브랜드를 개발하고 시장에 뛰어들면서 승승장구했다. 지난 2011년 4월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노키아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기세가 꺾이기 시작하더니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HTC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하면서 3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세를 나타냈다. 휴대폰 사업 부진은 시장 철수로도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시장에 이어 국내 시장에서도 사업 철수가 확정됐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은 오래된 준비
경쟁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을 때, 삼성전자도 비슷한 위기를 겪었다.
삼성전자가 다른 회사와 달랐던 건 위기를 재빨리 알아채고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점이다. 또 발 빠른 대처가 가능했던 것은 평소 쌓은 기초 체력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윈도 운영체제(OS)로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팜, 심비안, 니모 등 다른 OS로도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플랫폼에 인적 자원과 비용을 투입하면서 스마트폰 시대에 일찍부터 대비해 왔던 것.
구글은 지난 2007년 11월 안드로이드 OS를 발표하면서 개발툴을 내놓고, 2008년 10월에 공식적으로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과 오픈소스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즉시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 개발에 뛰어들었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갤럭시S 이전에 이미 몇 종류의 안드로이드 폰이 나왔었다.
당시 삼성전자 휴대폰 개발에 참여했던 모 관계자는 "그때 삼성은 iOS를 제외한 모든 OS로 스마트폰을 개발했으며, 개발비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며 "반복되는 실패에도 해당 팀 인력을 교체하거나, 투자를 줄이거나 하지 않은 게 삼성과 다른 회사의 차이점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실패를 오히려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여겼다는 것은 '옴니아' 스마트폰을 통해 알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패를 통해 배운 건 우리가 그 동안 '기계적 관점'의 스마트폰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며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그때 비로소 배웠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옴니아로 소비자들에게 매를 많이 맞는 동안 우리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30회, OS 업그레이드는 3회나 시행했다"며 "OS 업그레이드는 휴대폰을 새로 개발하는 것과 거의 맞먹는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는데 그걸 해내다 보니 자연스레 맷집이 생겼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갤럭시S를 시장에 처음 내놓은 건 2010년 5월. 당시 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을 반가워하거나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미 아이폰에 쏠린 세계인의 관심을 되돌리기란 어려워보였다.
삼성전자 갤럭시시리즈 소프트웨어개발 담당인 진영두 책임은 "갤럭시S 개발에 엄청나게 힘을 쏟았지만 이게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70일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국내 출시된 휴대폰 중 역대 최단기간 100만대를 넘어섰으며, 세계적으로는 2천400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주자이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양강 체제'의 한 축이 되는 시작점이었다.
지난 2011년 4월 출시한 갤럭시S2로 삼성전자는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이 회사 승진자 266명 가운데 34명이 무선사업부일 정도로 휴대폰 사업은 성과를 인정받았다. 무선사업부는 10여년 넘게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우수 인력에 대한 최고 대우의 보상 시스템으로도 유명하다. 이익분배금(PS)뿐 아니라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그룹 기술상까지 상 체계도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각종 성과제도를 갖추고 있어 직원들 사기가 높다"며 "PS를 합치면 팀 수석 연봉이 LG와 삼성간 격차가 2배 정도 날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구글과 발빠른 제휴, 지금은 멀티OS로 미래 준비중
삼성전자는 지금도 다양한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OS 다각화 및 콘텐츠 강화 전략 등을 펼치며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외 다양한 운영체제(OS)를 받아들이며 구글 의존도를 언제든지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바다OS를 직접 개발하는 한편 타이젠, 윈도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 개발 당시 안드로이드가 현재 시장이 가장 원하는 OS라는 생각을 가지고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부터 구글 검색엔진을 삼성 휴대폰에 넣는 방안을 협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아이폰과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받게 된 배경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친밀한 협력관계가 거름으로 작용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구글의 관계는 매우 돈독하다. 실제 삼성의 스마트폰 라인업에서 안드로이드폰OS 비중은 90%를 넘는다. 구글도 넥서스S, 갤럭시 넥서스 등 복수의 레퍼런스폰을 삼성전자에 맡겼다.
삼성전자는 '삼성앱스' 등을 통해 자체 콘텐츠 경쟁력 확보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개발자 데이 행사와 '삼성 스마트 앱 챌린지' 등 다양한 개발자 대상 공모전을 개최하며 앱 개발자들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김현주, 박웅서, 백나영 기자
/특별취재팀 digita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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