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국토해양부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도로법 시행령'이 초고속인터넷이나 케이블방송 설치비 상승 등 방송통신비 인상을 초래할 요소를 담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주에 설치된 공중선(전선, 통신선, 케이블)에 대해 ▲관리청의 허가를 받고 ▲점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도로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의 이같은 법령 개정에 대해 방송통신서비스를 관할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전선 점용료를 추가 과세하게 되면 국민들이 방송통신 서비스를 받는데 심각한 차별을 받을 수 있으며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방통위의 주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통신 서비스는 이제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보편적 서비스다. 그런데 개정법령이 시행된다면 대도시 도심에 사는 이용자가 아닌 시골 거주민들은 서비스에 차별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가 도로법 개정을 통해 전주 등을 정비하고 화재위험을 줄이며 도시 미관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옳지만 이로 인해 방송통신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아 법령 개정을 심사숙고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어촌 거주 이용자에 상대적 차별 위험 높아
현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서민 물가를 집중 관리해왔다. 특히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참여한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통신비 인하를 주도해 온 것이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권 말이 되면서 이같은 부처 합동의 요금 인하 정책에도 금이 가고 있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도로법 개정의 경우 요금 인하가 아닌 인상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면 한국전력이나 KT, 케이블방송사와 같은 방송통신 업체가 추가 전선을 설치하거나 철거할 때마다 해당 지자체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추가 설치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점용료'를 내야 한다.
통신사 이익단체인 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 이승진 실장은 "개정안에 따라 점용료를 부과할 경우 통신사업자의 케이블 총 길이를 역산하면 약 895억원의 세금이 추가 부과되고 점용료 상승비, 행정업무 인건비 등으로 500억원이 넘게 소요될 것"이라면서 "이같은 비용은 결국 통신비 원가 상승을 유도해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초고속인터넷이나 케이블방송을 새롭게 개통할 때면 가구당 3만원 가량의 설치비용을 낸다. 출장기사비와 해당 가구에 인터넷 및 방송을 연결하기 위한 전선 비용 등이 그 것. 하지만 전주에 설치된 전선마다 점용료를 추가로 낸다면 결국 이 설치 비용마저 상승할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물론 사업자가 점용료로 내는 비용을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전가 할 수는 없고, (그런 일이)있어서도 안된다"면서 "그러나 이는 통신사업자들이 경쟁상황에 있을 때 이야기이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불 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도심 지역은 이미 통신3사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설치비 등을 섣불리 인상시킬리가 없지만 시골지역처럼 경쟁이 별로 없는 곳은 이용자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토부 개정안의 '점용료'에 따르면 전선을 많이 설치할 수록 추가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시골 거주 방송통신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 "만약 방통위가 점용료 추가 부담으로 인한 원가상승 부담을 이용자에게 전가시키지 못하도록 사업자를 규제한다면 결국 사업자들은 시골 거주민들에 대한 서비스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대도시와 시골 지역의 정보화 격차를 없애기 위해 옛 정통부 시절부터 현재까지 무던히 노력해 왔는데 국토부의 새로운 개정 법령은 도시와 지방간의 격차를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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