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분야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이 개발한 IT 기술이 세계 시장으로 확산되며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IT와 비(非)IT를 결합한 컨버전스 사업들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자정부,교통정보시스템,지능형 빌딩시스템 등 IT한류로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IT서비스 기업들의 도전과 IT한류 열풍의 현 주소와 미래를 진단해 본다.[편집자 주] |
[김관용기자]콜롬비아 보고타시를 방문한 사람들은 선진화된 교통체계를 보고 감탄한다.요금 납부 시스템과 버스 운행안내시스템 등 지능형 교통정보시스템들 덕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활에 편리함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모습은 지구촌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뉴질랜드의 웰링톤과 오클랜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제르바이젠 바쿠시에도 교통카드나 교통상황 감시시스템, 실시간 교통상황 모니터링을 위한 CCTV 등 지능형 교통정보시스템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그 뿐 아니다. 조달 시스템과 정부의 행정시스템에서도 '지능화된 편리함'의 사례는 여럿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코스타리카의 전자조달시스템은 3만9천개 공공기관과 15만개 기업이 이용하는 국가종합시스템으로 운영상 합리성과 편리함에 힘입어 UN으로부터 국제표준 인정을 받기까지 했다.
놀라운 것은 첨단 기술의 향연장처럼 보이는 지구촌 곳곳의 이같은 생활 모습은 모두 그 시작이 대한민국 '코리아'라는 것이다. 세계인을 매료시키는 지능형빌딩시스템(IBS),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첨단 조달시스템, 행정정보시스템 등이 모두 한국의 기술과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우리의 전자정부 기술은 UN전자정부 평가 2회 연속 1위에 빛나는 품격과 권위를 지니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남미와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코리아의 전자정부 노하우를 배우고자 한국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IT와 비(非)IT 영역을 결합한 IT서비스 컨버전스 사업들도 해외시장에서 '러브콜'을 받는 등 한국의 IT서비스는 '세계로! 세계로!' 향하며 새로운 IT 한류를 만들고 있다. 인기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와 '겨울연가'가 촉발시킨 문화 예술 분야의 한류 열풍이 IT서비스 산업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SDS, LG CNS, SK C&C,포스코ICT 등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은 '제2의 별은 내 가슴에', '제3의 겨울연가'를 만들기 위해 'IT한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미래 방향성으로 'IT한류'를 지목하고 해외 시장 개척과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이 IT한류 -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IT 기술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우리의 특유 문화가 해외 현지에서 관심을 끌고 인기를 얻는 것을 '한류(韓流)'라고 표현한다. 이는 지난 2000년 중국 언론에서 처음 사용된 말로 중국에서의 한국 대중문화 열풍을 일컫는 말이었다.
우리의 인기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가 중국인들에게 한국 대중문화를 알린 것을 시작으로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 우리 가요와 드라마는 일본과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을 강타했다. 한류 현상에 힘입어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김치, 고추장, 라면, 가전제품 등의 한국 관련 제품이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 줄곧 한류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일컫는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이같은 한류열풍은 한국의 IT서비스 산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IT서비스 기업이 개발한 지능형빌딩시스템(IBS),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등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UN전자정부 평가 2회 연속 1위에 빛나는 전자정부 시스템은 하루가 멀다하고 전 세계 각국의 행정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유는 우리의 IT서비스 기술이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SI사업과 IT아웃소싱,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 및 SOC사업 수행, 스포츠 SI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기술력을 쌓았다. 이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잇따라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전자정부 시스템은 IT서비스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구심점이 되고 있다.
그 중 삼성SDS가 수주한 코스타리카 전자조달시스템 사업은 '명품 IT한류'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113억원 규모의 코스타리카 전자조달시스템은 3만9천개 공공기관과 15만개 기업이 이용하는 국가종합시스템으로 UN은 삼성SDS가 구축한 이 시스템을 국제표준으로 선정했다.
삼성SDS는 무선인식(RFID) 요금징수시스템과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 스마트카드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IT를 접목하는 사업에서도 잇따라 수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 청두 지하철과 광저우, 베이징, 텐진 등지의 자동요금징수시스템(AFC)과 무선인식(RFID) 요금징수시스템이 모두 삼성SDS의 작품이다.
LG CNS가 지난 2004년 구축한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도 대표적인 IT한류 사례다.이 시스템은 1천만명에 이르는 수도권 지하철과 버스 등의 교통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원활한 교통 환경을 구현한 것으로 구축 당시에도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LG CNS는 서울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교통카드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지난 해에는 콜롬비아 보고타에 3억달러 규모의 교통카드시스템 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LG CNS는 또한 1990년대 당시 국내 최대의 시스템통합 프로젝트인 대법원 부동산 등기 전산화 사업을 수행했고 국세청 국세통합시스템 구축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 등으로 공공 시장을 공략해 온 SK C&C는 서울시 내부순환로 교통관리시스템을 바탕으로 제주시 ITS프로젝트, 광주광역시 교통정보센터 신호시스템 등 국내 주요 ITS 사업을 수행했다.
이를 토대로 SK C&C는 유럽 표준의 주소관리시스템을 보유한 노르웨이 블롬(Blom) 등 해외 전문기업 3곳을 제치고 최고 기술 점수를 획득하며 아제르바이잔 도로명 주소정보시스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포스코ICT, 현대정보기술, 아시아나IDT 등의 IT서비스 기업들도 자랑할 만한 IT한류 사례가 많다.
포스코ICT는 IT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결합해 신호와 통신, 스크린도어와 자동요금징수시스템(AFC) 등을 브라질 등에 수출중이고 아시아나IDT는 스마트 IT를 활용한 스마트교통 사업이나 RFID 기술 기반의 솔루션 등을 기반으로 해외 SOC 사업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도 공공 및 SCO 사업 분야 노하우를 살려 몽골 국세청 세무정보 전산화 사업 등을 수주했으며, 현대정보기술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전자정부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입증된 IT한류 - 성장 가능성도 높아
KRG에 따르면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지난 2008년 이후 2% 대의 저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 해 10조3천330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프로젝트 수요가 급감하면서 2009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2010년 경기 호전으로 IT서비스 수요가 회복되긴 했지만, 비용절감에 대한 이슈가 부상하면서 대규모 신규투자 보다는 기존 정보시스템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고도화에 투자가 집중됐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발간한 2011년 소프트웨어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완전 성숙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저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위기 타개책으로 선택했던 국내 IT서비스 산업의 해외진출 성과는 긍정적이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의 해외 진출 총액은 17억5천만 달러였으며,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2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IT서비스 산업이 전 세계 IT서비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IT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1년 약 9천656억 달러 규모로 메모리 반도체, 휴대전화, LCD 등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시장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IT서비스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수출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IT한류는 IT서비스 성장의 돌파구이자 동력
IT서비스 기업들이 IT한류에 주목하게 된 배경에는 국내 IT서비스 시장이 정체됐고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이 있다.
IT서비스 산업을 옥죄는 '첩첩산중' 규제와 정부 당국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의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주장 등으로 IT서비스 기업들은 새로운 활로 모색이 절실한 실정이다.
더불어 그룹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생존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IT서비스 업계는 '해외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되새기고 있다.
특히 지난 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 전략'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사의 공공 SI 시장 참여를 제한했고 지난 5월18대 국회가 통과시킨 소프트웨어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에서도 대기업 IT서비스사들의 공공정보화 사업 입찰을 제한, IT한류의 필요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형 IT서비스 기업들 뿐 아니라 공공 정보화 시장에서 나름 실적을 쌓아오던 한화S&C, 동양네트웍스(옛 동양시스템즈), 현대정보기술 등 중견 IT서비스 기업들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라는 굴레 때문에 이 시장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IT서비스 업체 한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 기업들의 공공정보화 사업 참여가 제한되고, 대형 정보화 사업인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도 대부분 끝난 상태라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의 중장기 비전에는 해외 진출이 핵심 요소로 잡혀 있다.
삼성SDS가 올해 전체 매출의 20%를 해외에서 벌어들인다는 계획을 세웠고, LG CNS도 오는 202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높인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공공 사업 입찰 제한의 여파로 해외 진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사업 수주 실적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공공시장 참여 제한으로 그 기회가 원천 차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공공시장 참여 제한으로 해외 시장에 더이상 언급할 수 있는 사례가 없어지면, IT서비스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막히게 된다"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사업 수행 실적 없이는 대형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계열 기업과의 연구 개발 협력도 IT한류의 뿌리
IT서비스 업계는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벌'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한다는 취지로 여야를 막론하고 일명 '경제민주화법'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IT서비스 기업들은 재벌 기업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으며 매출 중 50% 이상을, 많게는 99%를 내부 계열사들로부터 벌어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안은 기업들에게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같은 매출 구조 때문에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룹 오너들의 상속 수단이나 재산 불리기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다.
하지만 IT서비스 기업들은 계열사와의 사업 연계와 그로부터 발생한 매출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IT서비스 기업들의 해외 수출 성과와 IT한류의 뿌리는 많은 부분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받아 수행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을 통해 가능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IT서비스 업계는 기존의 SI성 해외 사업 뿐 아니라 자체 솔루션을 개발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개발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그룹 계열사로부터 오는 IT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 C&C의 경우 SK텔레콤과의 협업으로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개발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모바일 결제 솔루션으로 북미 시장에 처음 뛰어든 SK C&C는 세계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인 퍼스트데이터 코퍼레이션(FDC)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2011년 구글이 추진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구글월릿'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초 FDC는 모바일 커머스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IBM을 선택했었지만, IBM이 FDC가 원하는 서비스를 구현해 주지 못해 SK C&C와 손을 잡았다. SK텔레콤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가 글로벌 다국적 기업을 이긴 것이다.
이같은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SK C&C 북미법인은 2011년 제3회 미국 애틀란타 월드쇼케이스 & 주지사 국제기업 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생기업상(New Company of the Year)을 수상하기도 했다.
LG CNS가 해외 시장을 목표로 개발 중인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스마트 그린 솔루션' 등은 기존 LG그룹사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IT업무로부터 착안했다. 스마트 그린 플랫폼의 경우에는 LG 트윈빌딩 에너지 관리, LG유플러스 통신국 공간 관리 등에 시범 적용돼 기술 검증을 마쳤다.
LG CNS는 스마트 그린 솔루션과 관련, IBM과 미국 스마트 그리드 전문기업인 애슬론, 프랑스 자동제어 선두주자 슈나이더, 일본 설계 전문기업인 니켄세케이 등과 공식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IT서비스 업계가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받아 성장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동안 기업들은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고 그 결과 전자정부 시스템이나 선진적인 스마트 솔루션 등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룹 계열사가 새로운 시스템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 줬기 때문에 기술력과 안정적인 서비스 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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