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이 이달 말 확정을 앞둔 가운데 무료 의무 재송신 범위를 전체 지상파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방송계의 전문가들은 지상파의 의무재송신 범위를 전 지상파로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체 지상파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우선 공영방송으로 한정하자는 의견이 나뉘었지만 범위 확대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지상파, 재송신 대가 이미 받고 있다"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현재 KBS1, EBS로 국한된 무료 의무 재송신 범위를 KBS2, MBC, SBS 등에도 적용, 전 지상파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아날로그 시대보다 보편적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는 점, 지상파 사업자들이 이미 재송신에 대한 국가적 보상을 받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공영방송의 경우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민영방송 역시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유료방송 가입자들의 경우 지상파 시청 대가를 이중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지상파에 콘텐츠 제공 대가(CPS, 가입자당비용)를 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는 결국 가입자들에게 부과되는데, 가입자들은 공영방송 수신료도 별도로 지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도 논의 돼야 한다는 것.
정 교수는 "시청자들의 방송 수신 권리가 보호될 수 있는 방법은 유료방송 뿐인 상황에서 의무재송신 범주 확대는 수용자의 편익 증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도 지상파가 대가를 이미 충분히 받고 있다는 데에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주 교수는 "2010년 기준 국내 방송사업 수익 총액은 10조원 규모인데 이 중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사의 점유율이 52%에 달한다"며 "그럼에도 유료방송으로부터 CPS로 2천억원의 수익을 얻게 되는데, 이는 과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의무재송신의 전 지상파 확대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나타내고 있다. 우선 명백한 공영방송인 KBS1, KBS2, EBS부터 의무재송신 대상으로 정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것.
고삼성 중앙대 교수는 "보편적 서비스의 궁극적 목표를 수용자 복지 증진에 맞추는 것은 동의한다"며 "하지만 민영방송에 대해서는 정부의 별도 지원이 없다면 의무 재송신을 강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 남승용 책임연구원은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 지상파 콘텐츠 유통과 수신료 부과제도를 고려할 경우 의무재송신 범위를 우선적으로 KBS1, KBS2, EBS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은 "궁극적으로 전 지상파의 의무재송신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우선 KBS1, KBS2, EBS, MBC 등 공영방송에 국한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역방송으로 정의할 수 있는 SBS도 의무재송신 범주에 들어간다면 모든 지역민방들과의 차별 문제가 발생하는 등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 중단 사태 원천 방지 제도 도입해야"
지상파가 유료방송과의 협상 난항 끝에 송신을 중단해 시청자가 피해볼 여지가 큰 것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유럽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무제공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 제도가 지상파에 적용 되면 지상파가 유료방송에 채널 제공 대가에 대해선 협상을 하더라도 제공 자체는 의무화가 된다. 이를 통해 방송 중단 사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정 교수는 "국내 유료방송 정책은 도입정책만 있으며, 지상파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상파 재송신 범주를 넓혀야 한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지상파 3사는 주요 케이블TV 업체들에 대해 지상파 방송 중단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상파는 케이블TV 가입자 한명당 280원의 CPS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송신 제도개선안 확정을 앞두고 방송 관계자들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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