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공정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 대기업 압박 수위를 높여감에 따라 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단 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정책과 충돌하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국내 15개 대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중소기업 애로사항 전달과 부당 단가인하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건설 ▲전기·전자 부품 ▲자동차 부품 ▲조선·기자재 ▲소프트웨어 등 15개 대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김재권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김외현 현대중공업 대표, 박창규 롯데건설 대표, 김대훈 LG CNS 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김동수 위원장은 "연못에 물을 모두 퍼내면 고기를 잡을 수 있겠지만 장래에는 잡을 고기가 없게 된다"며 "협력업체를 기업생태계의 동반자로 대우하지 않으면 협력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도태되는 것은 물론 해당 대기업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크게 ▲단가인하 ▲구두발주 및 발주취소 ▲인력 및 기술탈취 등 세 가지다. 특히 부당하도급대금결정과 부당 감액 등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금을 물리는 제도다.
김 위원장은 또 "앞으로 중소기업과 협동조합, 협회들과 구축한 핫라인을 통해 하도급 시장을 보다 더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직권조사시에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3대 핵심 불공정행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업종마다 영향 달라…삼성과는 충돌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공정위의 이번 규제안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글로벌운영실장 김재권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업종들이 다 달라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 같다"면서도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크게 충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협력사들과 협력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단가나 발주취소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하도급업체에 맡긴 주문을 취소하거나 만들어 놓은 부품을 늦게 받아가는 등의 부당행위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16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발주 취소는 시스템(G-ERP)을 통해 적법한 합의 제도인 PCR(발주 변경 시스템) 프로세스로 운영되고 있다며 크게 반박했다.
구체적으로 발주한 자재를 취소할 때는 협력사가 동의해야 취소되고, 거절하면 발주한 자재를 모두 입고하고 대금을 지불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연 수령이 된 경우는 지연 이자까지 지급해 협력사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김석호 기업협력국장은 "대기업 CEO들은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에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또, 공정위의 정책을 위반하지 않고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미진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서는 "CEO들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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