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처지는 딴 판. 하지만 사내 구도는 닮은 꼴."
애플에 이어 이번엔 마이크로소프트(MS)의 2인자가 회사를 떠났다. 둘 모두 운영체제 개발을 책임지던 인물. 게다가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다른 고위 경영진들과 불협화음을 빚었다는 점까지 판박이처럼 닮았다.
올싱스디지털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12일(현지시간) 윈도 사업 부문을 책임지고 있던 스티븐 시노프스키 MS 사장이 전격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MS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윈도8과 서피스 태블릿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해당 사업 부문 책임자가 회사를 떠난 셈이다.
MS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와 시노프스키가 협의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시노프스키는 주변 경영진과 잦은 불협화음을 일으킨 끝에 사실상 권고사직 당한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톨-시노프스키 모두 주변 경영진과 알력
애플에서도 얼마 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역시 iOS를 비롯한 운영체제 사업을 이끌던 스콧 포스톨 부사장이 전격 사임한 것. 스콧 포스톨 역시 능력 면에선 뛰어났지만 주변 경영진들과 화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에도 포스톨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사실상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포스톨을 해고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현재 MS와 애플의 처지는 180도 다르다. 애플은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 MS는 정점에서 내려온 상태다. 현재 윈도8과 서피스 태블릿 등을 앞세워 재기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두 회사가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3년 터울로 회사를 떠났다. 빌 게이츠는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뒤 자선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반면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창업자의 뒤를 이어 관리형 인물이 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점 역시 비슷하다. 빌 게이츠의 대학 동창이기도 한 스티브 발머는 초기부터 내부 살림 쪽에 강점을 지닌 인물이었다.
잡스의 후계자로 낙점된 팀 쿡 역시 혁신이나 외부 프레젠테이션보다는 공급망 관리 같은 실무에 능한 CEO다. MS와 애플 모두 프레젠테이션형 CEO 시대가 가고 실무형 CEO들이 키를 잡고 있는 셈이다.
◆뛰어난 능력-공격적 성향도 비슷
이번에 회사를 떠난 포스톨과 시노프스키의 성향도 비슷한 편이다. 둘 모두 능력 면에선 차기 CEO 0순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하지만 문제는 '화합'이었다. 독불장군적 성향 때문에 주변 경영진들과 수시로 다퉜다.
공공연하게 대권 욕심을 드러낸 점 역시 비슷하다. 둘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CEO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더 강한 카리스마로 이들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형 CEO 시대가 열리면서 서서히 불협화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포스톨은 공공연하게 '차기 CEO'를 자처했다. 그러다보니 주변 경영자들과 수시로 다퉜다. 리드라이트 보도에 따르면 애플 고위 경영진들은 팀 쿡이 없을 땐 포스톨과 같이 회의하는 것 조차 꺼렸을 정도다.
포스톨이 다툰 건 주변 임원들 뿐만이 아니었다. 팀 쿡 CEO에게도 수시로 대들었다. 지도 파문 이후 사과 문건에 서명하라는 팀 쿡의 지시를 정면 거부할 정도로 자기 목소리가 강했다.
그런 점에선 시노프스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노프스키는 윈도7 개발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MS 내에선 영웅으로 떠올랐다. '윈도 비스타 악몽'을 잘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기고만장했다. 리드라이트에 따르면 시노프스키는 올 초부터 스티브 발머의 말조차 무시한 채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했다.
◆강력한 리더 떠난 뒤 권력 누수 현상일 수도
MS와 애플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것은 '강력한 리더'가 떠나고 난 뒤 발생하게 마련인 권력 누수 현상이라고 봐도 크게 그르진 않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어느 조직에나 있었다.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인 마이클 조던이 은퇴한 뒤 시카고 불스 팀이 와해된 것이나, 강력한 리더십을 자랑했던 잭 웰치 은퇴 이후 GE 경영 구도가 균열된 것 역시 비슷한 차원이다.
결국 팀 쿡이나 스티브 발머 입장에서도 이런 시련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해야 진정한 CEO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다른 듯 같은' 애플과 MS의 두 CEO는 진정한 시험대 위에 올라 섰다고 해고 크게 그르진 않을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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