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갈 길 바쁜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암초를 만났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이 지난 14일 모 매체의 문재인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 발로 '안철수 후보 양보론'을 보도한 것을 문제 삼으며 단일화 논의 일시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양측이 단일화 논의 자체를 완전히 깨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야권 지지층들이 두 후보의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했고, 정권 교체에 대한 지지층들의 열망이 뜨겁기 때문이다.
현재 사태가 단일화 협상의 중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양측은 정책 협상은 유지했고, 오는 21일로 예정된 단일화 TV 토론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단일화 협상 중지 국면은 일단 안철수 후보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조직이 상대적으로 강한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와 국민참여 경선이 혼합된 형태의 경선을 원했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력 면에서 앞서는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선호했다.
준비 기간이 필요한 국민참여경선의 성격상 시간이 흐를수록 민주당이 원하는 경선 방식보다 안 후보 측이 원하는 여론조사 방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조직이 약한 안 후보 측이 민주통합당의 과도한 세몰이를 경고하는 효과도 볼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 측은 민주당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여론조사와 관련된 민주통합당의 조직 동원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공동대변인은 15일 기자 브리핑에서 "이번 단일화 과정 역시 정치 쇄신과 혁신 과정으로 여러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거대한 조직적 힘을 가지고 실제화시키려는 노력이라면 이는 정치 쇄신과 혁신과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조직은 두려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안 후보 측이 단일화 일시 중단 정국에서 이를 문제삼으면서 향후 단일화 논의에서는 조직의 힘이 보다 덜 반영되는 방식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고 이는 문 후보가 통 큰 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정체 국면이 장기화되면 안 후보는 오히려 역풍에 마주 할 가능성도 있다.
단일화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조사에 따라서는 다자구도 뿐 아니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을 가정한 조사에서도 안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여론조사 추이상 여전히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력은 안 후보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두 후보 간 격차는 크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안 후보가 현재의 정체 국면을 장기화한다면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치적 꼼수를 쓰려한다는 의혹에 휩싸일 수 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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