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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 판결 재검토 이유는 '표준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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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D 로열티 기준 등 문제 제기…향후 잣대될 듯

[김익현기자] 지난 9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특허 소송에서 애플에 패배했던 삼성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ITC는 19일(현지 시간)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월 소송에서 애플에 패배했던 삼성은 한 번 더 기회를 갖게 됐다.

하지만 ITC의 이번 결정은 일부 언론 보도처럼 단순히 두 회사간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삼성의 표준 특허권을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ITC는 이날 결정을 통해 "침해 행위에도 불구하고 FRAND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입금지 명령(exclusion order)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질문을 비롯한 네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쟁점 중 표준 특허 두 건이 핵심 이슈

ITC의 이날 결정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지난 9월 재판의 쟁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된 특허권은 크게 네 가지였다.

당시 삼성은 아이폰 등 애플 제품들이 ▲CDMA무선기술(7,706,348) ▲무선단말기에서의 패킷전송기술(7,486,644) ▲스마트폰에서의 다이얼링 관련 기술(6,771,980) ▲디지털 도큐먼트 기술(7,450,114) 등 4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특허 침해된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요청도 함께 했다. 이 같은 요청에 대해 ITC의 제임스 길드 판사는 애플이 삼성의 특허권들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길드 판사는 또 삼성 역시 '국내산업 필요요건' 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ITC는 연방법원보다 특허 침해 관련 판결 때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즉 유효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사실 뿐 아니라 미국 국내산업 및 공익성 고려 조건을 함께 충족시켜야 한다. 9월 판결 당시 길드 판사는 삼성이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봤다.

6명으로 구성된 ITC 판사들은 이번에 길드 판사의 9월 판결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행정 판사가 판결을 한 뒤 6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이 검토하는 것은 ITC 재판에선 거치도록 되어 있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날 결정이 특별히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면 재검토(in its entirety)란 표현까지 사용한 만큼 9월 판결과 상반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RAND 있단 이유만으로 수입금지 가능성 배제 타당한가?"

하지만 이번 결정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ITC가 '9월 판결 전면 재검토' 선언을 하면서 던진 질문이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ITC는 문제가 된 4건의 특허권 중 '디지털 문서 작동방법과 유저 인터페이스'를 규정한 디지털 도큐먼트 기술(7,450,114) 관련 특허는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따라서 CDMA 무선 기술을 비롯한 3건의 특허권이 검토 대상이다.

세 건 중 '스마트폰에서의 다이얼링 관련 기술(6,771,980)' 관련 특허를 제외한 나머지 두 건은 FRAND 규정을 적용받는 필수 표준 특허다.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이 중 CDMA 무선 기술 관련 특허권인 7,706,348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ITC가 '9월 판결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던진 질문은 크게 네 가지다.

ITC는 우선 ▲FRAND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특허 침해한 제품의 수입 금지 가능성 자체를 봉쇄하는 게 과연 타당한 지 ▲특허권자가 특허 침해자에게 제공한 라이선스가 FRAND 규정에 적합한지를 판단할 때 어떤 법 체계를 적용해야 하는 지에 대해 토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ITC는 이번에 쟁점이 된 것중 필수 표준 특허에 해당되는 ▲CDMA무선기술(348)과 ▲무선단말기에서의 패킷전송기술(644) 특허권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즉 348가 644 특허권이 규정하는 기술을 우회할 경우 비용이 많이 추가되거나 디자인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지 질문했다.

ITC는 또 삼성이 제소한 애플 제품의 어떤 부분이 348과 644 특허권을 침해했는지도 질문했다. 또 해당 특허권과 관련된 기능이 아이폰 등 제소된 제품에서 어느 정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지도 함께 질문했다.

◆향후 특허소송에서 중요한 잣대 될 수도

ITC가 이번에 제기한 질문들은 향후 소송에서 중요한 잣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 특허 분쟁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FRAND 관련 규정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플로리언 뮐러는 "FRAND 라이선스 기준의 법적인 토대와 관련된 두 번째 질문은 이번 재판에서 새롭게 제기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이 부분은 시애틀에서 진행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모토로라 모빌리티 간의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ITC는 이번에 제기한 질문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토대로 내년 1월 경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현재로선 최종 판결이 삼성과 애플 중 어떤 쪽의 손을 들어줄 지 전망하기 힘들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FRAND 규정'을 둘러싼 불투명한 논쟁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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