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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5년 '초짜 통신,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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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통신 5년, 평가와 교훈-1]'정치기관' 방통위, 스마트혁명 대응 '실기'

'통신비 20% 인하' 공약을 시작으로 출범한 MB정부. MB정부는 방통융합 시대를 대비해 설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출범과 함께 큰 기대를 모았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방송통신시장은 예측가능성이 사라진 혼란에 빠져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의 수술대에 올라 있다. 지난 5년, 통신시장은 아이폰 쓰나미를 맞아 휘청거렸고, 소비자들은 가계통신비 급상승을 체감했다. 지난 5년 동안 통신시장에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아이뉴스24는 지난 5년 MB정부의 통신정책을 현미경처럼 되짚어봄으로써 본질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야 소비자와 통신산업이 함께 상생을 모색할 수 있을지 진단해 본다. 아울러 지난 5년을 교훈삼아 새 정부의 통신정책이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강호성기자] '아르마니폰 135만원, 프라다폰 88만원···'

지난 2007년. 국내외 시장에 이른바 명품폰(?)들의 이름이 내걸렸다.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발돋움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 고가품 브랜드를 빌려 명품 휴대폰이라며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는 사이, PC 메이커 애플은 MP3 아이팟의 성공을 발판으로 휴대폰 시장을 파고 들었다. 아이폰은 전세계 모바일 생태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이폰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식됐고, 애플은 전세계에서 수백만대의 아이폰을 팔며 승승장구했다.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2년반 가량이 지난 2009년 11월28일이다.

첫 선을 보인 지 2년 반이 지난 뒤 등장했다는 점에서 국내에는 '늑장출시'된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아이폰의 충격파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아이폰 출시 당시를 되돌아보며 "그야 말로 쓰나미였다"고 표현했다.

그때까지 삼성전자나 LG전자는 '럭셔리한' 휴대폰을 만들기에 바빴다. 통신사업자는 그런 휴대폰을 사다가 소비자에 팔고, 필요한 콘텐츠는 '말잘듣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구입해 쓰면 됐다.

◆ICT 미래준비 위해 출범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신반의한 아이폰의 성공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세련된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디자인의 차원을 넘어 단말기와 콘텐츠, 네트워크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콤보 전략'이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C(콘텐츠) P(플랫폼) N(네트워크) D(디바이스)' 각각의 시스템이 서로를 보완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한번 맛을 보면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제공했다. '아이튠스'나 '앱스토어'는 단순히 음악이나 콘텐츠를 다운받는 곳이 아니라 강력한 커뮤니티로 자리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도 아이폰은 출시 1년이 안된 2010년 9월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우리도 ICT 흐름의 변화를 읽고 있었다. 2007년은 대선을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가속화할 것을 예상하고 정부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조직을 '미래형'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방송과 통신의 '결혼' 추진이 쉽지만은 않았다. 방송과 통신진영의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도 시시각각 불거졌다. 그럼에도 'ICT 융합시대'를 대비한 정책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앞섰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소프트웨어(SW) 부문이 지식경제부로, 정보화 등 일부 기능이 행정안전부로, 콘텐츠 진흥기능 등은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되는 등 광범위한 조직개편이 마무리됐다.

2008년 2월말 출범한 방통위는 ICT 융합시대를 이끌 규제(진흥)당국을 만들려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방송·통신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설치됐다.

◆방통위원장도 "시장흐름 몰라"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방통위가 '모바일-스마트폰 시대'를 넘어오는 일련의 시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이폰의 등장과 스마트폰의 활성화가 급진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지만, 출범한 지 1년 8개월이 지난 뒤 국내시장에 등장한 '아이폰 쓰나미'에도 우왕좌왕함으로써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통신시장의 서비스경쟁 활성화와 이를 통한 요금인하 ▲망중립성 체계논의 진전을 통한 인터넷경제 활성화 ▲수평규제 도입을 근간으로 하는 미래 미디어 시장 대비 등 이전 정권에서부터 정리가 시급한 사안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상황을 맞았다.

단말, 통신 업계에서 아이폰 등장에 대해 어떻게 대비했는지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 생태계에 대한 정부의 대응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지난 2011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제 2기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정부의 대응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1기 방통위원장에 취임한 한 참 뒤까지도 아이폰과 그 파급력에 대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며 "통신정책 책임자로서 스마트폰 시대 대비에 늦은 것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대답했다. 이는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책기관 인줄 알았는데 정치기관?

방통위 체제 5년이 지난 지금, 가계통신비 부담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6일 통계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 올해 3분기 통신장비(단말기) 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7.9% 증가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활짝 열린 지금도 기존 2G 시대의 요금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아껴쓰면(2년마다 보조금받고 바꾸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는 현실은 방통위의 해결능력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애초에 방통위 설치에 대한 밑그림을 잘 못 그린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위의 모델이 된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상임위원들이 아래에 전문 보좌관들을 두고 개별 정책사안에 대해 수년 씩 책임있게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한다.

반면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사무국이 제시하는 정책내용 파악에 급급한 경우도 허다하다. 상임위원들조차도 "충분히 내용파악을 못한 채 의결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국회에서조차 보좌진 중심의 정책개발과 의사결정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FCC처럼 능력있는 외부 전문가에 문호를 넓힌 개방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공무원 조직에 여야 추천을 받은 상임위원들의 '정치 대결장' 모양새가 됐다.

업계 전문가는 "MB 정권이 방통위라는 그림을 그릴 때 시대변화에 대처할만한 볼륨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이라며 "그럼으로써 미래정책을 구상하는 곳이 아니라 실제로는 '정치기관' 같은 역할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방통위원은 임기가 보장된 장차관급 공무원이지만 1기와 2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불명예 퇴진을 했고 2기 들어서도 양문석, 신용섭 위원 등이 중도 사퇴했다. 그러다보니 ICT 전문가들로부터 인색한 평가를 받고, 대선 주자들로부터도 조직개편 대상 1호로 낙인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미래형 ICT 기관은 급변하는 글로벌 흐름을 읽고 시장에 '늑대가 쳐들어온다'는 경고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방통위는 정치기관의 성격이 강했고, 미국 FCC 모델을 취하면서도 역할에 따른 지원은 부족했던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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