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정보 공개를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일단 삼성이 승리했다. 미국 법원이 삼성의 요구를 받아들여 애플에게 "HTC와 체결한 라이선스 협약 관련 문건을 전부 공개하라"고 명령한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새너제이 법원의 폴 그레월 행정판사는 21일(현지 시간) 애플이 제3자인 HTC와 체결한 라이선스 협상의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그레월 판사는 이날 애플 측에 "변호사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HTC와 합의한 문건의) 복사본을 준비하도록 하라"고 전했다. 애플은 그 동안 "로열티 조건을 뺀 나머지 부분을 10분의 1 정도로 요약해서 공개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HTC만 특별대우 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 정리
삼성 쪽 변호사들의 주장은 명확하다. 애플이 HTC로부터 적은 액수의 로열티를 받기로 했을 경우엔 "(특허 침해한 삼성 제품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애플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플은 협약 상대방인 HTC의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버텼다. 이번 재판과 직접 관계가 없는 HTC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공개할 경우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애플과 HTC는 협약 문건 공개 입장을 밝힌 뒤에도 전문 그대로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전체 분량의 10분의 1 이하로 요약해서 제공하겠다는 것이 두 회사의 입장이었다. 당연히 로열티 관련 부분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애플과 HTC는 지난 주 2년 6개월 여에 걸친 특허 분쟁을 마무리하고 10년 간의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가 협약을 체결한 직후 HTC가 스마트폰 한 대당 애플에 6~8달러 가량의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피처 초우 HTC 최고경영자(CEO)는 "터무니 없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훨씬 더 유리한 조건으로 애플과의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 판사가 삼성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HTC만 특별대우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그 동안 그레월 판사는 소송 당사자가 제3의 업체와 맺은 라이선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해 왔다"면서 "따라서 이런 정보와 관련해 HTC를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이 보호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12월 6일 루시 고 최종 판결에 변수될 지 관심
그레월 판사는 이날 "(애플과 HTC 간의) 로열티 관련 정보는 (이번 재판과) 완전히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문제는 로열티 관련 부분이 애플 뿐 아니라 특히 HTC에 대해 공개하도록 강요할 정도로 관련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레월 판사는 제3자인 HTC 측에도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분은 오는 12월 6일로 예정된 루시 고 판사의 최종 판결에도 중요한 잣대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삼성 제품에 대한 애플의 판매금지 요구를 받아들일 지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사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플로리언 뮐러는 "(그레월 판사의 문구를 볼 때) 설사 삼성이 (문건 공개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할 지라도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긴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번 문건은 삼성 외부 변호인단들만 열람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의 별도 명령이 없는 한 삼성 내부에 있는 정책 결정권자들은 애플과 HTC가 어느 정도 로열티를 주고 받기로 했는 지에 대해선 알 방법이 없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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