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휴렛패커드(HP)가 오토노미 부실 인수 문제로 곤욕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토노미가 HP에 앞서 오라클에 인수 제안을 했다가 퇴짜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토노미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 사람은 HP에서 쫓겨났던 마크 허드 오라클 사장인 것으로 알려져 두 회사의 기묘한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22일(현지 시간)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011년 4월 투자은행인 프랭크 쿼트론과 함께 마크 허드 오라클 사장을 방문한 적 있다고 보도했다.
◆HP 전성기 이끌다 성 추문으로 불명예 퇴진
당시 마이크 린치는 마크 허드 오라클 사장에게 오토노미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크 허드 오라클 사장은 "60억달러도 너무 비싸다"면서 마이크 린치의 인수 제안을 일축했다. 마이크 린치는 그로부터 불과 몇 개월 만에 HP와 110억달러 규모의 합병 계약을 성사시켰다. 오라클에서 퇴짜를 맞은 뒤 더 좋은 조건으로 HP에 회사를 매각한 셈이다.
오라클과 HP의 상반된 반응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마크 허드 사장이다. 마크 허드는 2005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HP CEO로 재직하면서 '제2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칼리 피오리나의 뒤를 이어 HP 수장이 된 마크 허드는 컴팩과 합병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던 HP를 재도약시키는 수완을 보여줬다. 허드가 CEO로 재임하던 기간 동안 HP의 주당순이익(EPS)은 2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허드는 2010년 8월 마케팅 대행 업체 여성 대표와 추문에 휘말리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성희롱 당했다는 마케팅 대행 업체 대표의 주장에 대해 HP 이사회가 조사를 한 끝에 사내 성희롱 내규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공금 횡령 혐의가 있다면서 마크 허드를 해임했다.
허드는 HP에서 해임된 지 불과 한 달만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부름을 받았다. 엘리슨은 "마크 허드를 해임한 HP의 결정은 과거 애플이 스티브 잡스를 축출한 것에 버금할 정도로 큰 실수"라고 강력 비난했다.
◆오라클서 승승장구…쫓아낸 HP는 계속 추락
이후 마크 허드와 HP의 행보는 극도로 엇갈렸다. 마크 허드가 오라클의 하드웨어 부문 사장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반면 HP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허드 후임으로 영입한 레오 아포테커는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10개월 만에 쫓겨났다.
HP는 이베이 출신의 맥 휘트먼을 CEO로 영입하면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라클이 퇴짜 놓은 오토노미를 덥석 문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 한번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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