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12월 대선의 변수가 될 첫 TV토론회가 4일 저녁 막을 내린 가운데 각 후보간의 언변과 정책 대결을 지켜 본 국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이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TV토론회에서 정치 쇄신, 권력형 비리 근절, 대북 정책, 한반도 주변 외교 등에 대해 정면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시간적인 제한과 3자 토론이라는 형식과 구조적 문제로 후보간 정책이나 자질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하면 곳곳에서 날선 질문과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듯한 직설화법으로 시종일관 박근혜 후보를 몰아부쳐 보는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와 함께 토론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먼저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가 가장 치열하게 맞붙은 것은 권력형 비리 근절과 대북 정책이었다.
박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해 "권력형 비리 문제가 나오면 문 후보가 많이 곤혹스러울 것 같다"면서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있을 때 부산저축은행 조사를 담당했던 금감원 국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었다"고 공격했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정부 특보에 있을 때 아들이 공공기관에 부당 취업한 것도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면서 "최근 집을 사면서 다운계약서를 쓴 사실도 확인됐다. 정말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보나"고 공세를 펼쳤다.
문 후보도 이에 지지 않았다. 문 후보는 "지금 새누리당 정부는 거의 비리 백화점 수준"이라며 "대통령의 측근, 친인척, 가족까지 모두 합쳐 47명이 비리로 구속됐다. 지금 박근혜 후보 측근 쪽에서도 벌써부터 비리가 시작되고 있다"고 반격했다.
문 후보는 이어 "최측근인 홍사덕 선대위원장부터 친박 돈공천 문제가 불거졌다"며 "'만사 꼴통'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비판했다.
대북 관계에서는 두 후보의 입장차가 더욱 컸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는 안보를 늘 강조하지만 실제로 보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으로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며 "근래 발생한 휴전선 노크 귀순 사건만 봐도 이 정부의 안보 무능을 알 수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진짜 평화와 가짜 평화는 구분돼야 한다"며 "퍼주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진짜 평화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북한에 그렇게 많이 퍼주기 했는데도 첫 번째 (북이)핵실험을 하지 않았나"고 민주정부 10년을 '가짜 평화'로 규정하며 반격했다.
박 후보는 NLL문제도 거론했다. 박 후보는 "문재인 후보는 지난 2007년 공동어로 구역 설정과 관련해 국방장관 태도가 경직됐다고 말한 바 있는데 당시 국방부 장관은 NLL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이 때문에 문 후보는 얼마전 NLL을 사실상의 영해선이라고 했지만 진정을 믿기 어렵다"고 공격했다.
문 후보는 "NLL은 사실상 영해선이므로 단호히 사수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번 했는데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해 유감"이라며 "공동어로구역은 기존 NLL선을 기본으로 남북이 같은 면적을 공동으로 설정해 오히려 NLL을 확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명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맹폭을 가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방위적으로 박 후보를 향해 강하게 공세를 폈다.
박 후보가 내세우는 '여성 대통령론'에 대해 "불통 독선의 여왕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필요 없다"고 평가절하하고, 박근혜 후보의 약점인 정수장학회·영남대 문제에 대한 공격도 거침없었다.
이 후보의 십자포화에 박 후보는 불쾌감을 표했다. 박 후보는 "이 후보는 오늘 아주 작정하고 네거티브를 해서 박근혜라는 사람을 어떻게든 내려앉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온 듯하다"고 말했다.
십자포화를 받던 박 후보는 급기야 외교 분야 질문 시간에 "이 후보는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토론에 나오는 이유가 있느냐, 나중에 후보 사퇴하면 국고보조금은 그대로 받게 되지 않느냐"고 공격적으로 질문했고, 이 후보는 이에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 저는 박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리고 진보적 정권교체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앞으로 남은 TV토론은 10일, 16일 저녁 8시로 예정돼 있으며, 10일 2차 토론에서는 경제·복지·노동·환경 분야를, 16일에 진행되는 3차 토론에서는 사회·교육·과학·문화·여성 분야를 두고 후보간 토론을 펼친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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