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는 휴대폰을 할인 해 주겠다는데, 정부가 나서서 싸게 팔지 말라고 영업정지까지 때리냐. 웃긴다." "방통위가 노골적으로 통신사 편을 드는구나."
7일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66일간 통신3사가 돌아가며 '신규가입자모집금지(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는 내용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징계 처분을 내린 방송통신위원회를 성토하는 내용 일색이다.
방통위는 휴대폰 한 대당 최대 27만원의 보조금 지급을 허용했지만 통신3사는 이를 어기고 기준 이상의 보조금을 시장에 뿌렸다. 2010년부터 같은 내용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이 이번으로 세번째. 방통위는 '가중처벌'의 의미에서 영업정지라는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내렸다.
방통위의 처분 이유는 '이용자 차별'이다. 누구는 스마트폰을 100만원에 사고, 누구는 17만원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이용자 차별적 요소가 강하다는 것이다.
27만원이라는 보조금 상한선은, 그 정도라면 언제 어디서 누가 사더라도 그다지 큰 차별을 받지 않고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정해진 기준이다.
비단 이 정도만 가지고 이용자 차별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보조금이라는 것은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 등 새롭게 통신사에 가입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지, 기존에 통신사를 이용하던 가입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즉 통신사가 지난 6개월동안 퍼 부은 4조3천억원이라는 돈은 당시 번호이동을 한 500만명에게만 집중된 혜택이고 나머지 4천500만 이동통신가입자는 외면한 조치였다.
그렇다면 이런 이용자 차별을 근절하겠다는 방통위 의도와 강력한 처벌은 소비자의 환영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소비자들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정부를 욕하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영업정지 등의 처벌로 인해 보조금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그나마 일부라도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었던 소비자마저 할인 구입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강력한 단속으로 이용자 '평등'은 일단 이뤘는데, 그 평등이 모두에게 행복한 평등이 아니라 다같이 비싸게 사자는 '불편한 평등'이 됐다는 얘기다.
통신사들도 할 말은 많다. "시장 점유율이 0.1%만 밀려도 우리는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결국 경쟁을 하려니 마케팅비(보조금)를 안쓸수도 없고, 그걸 썼더니 이번엔 규제 당국에서 난리"라면서 "정말 돈을 써도 욕먹고 안써도 욕먹으니 어쩌란 말인가"라며 울상이다.
정책의 의도는 알겠는데 정책 효과는 영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니 소비자들이 정부를 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힌트는 영업정지를 당한 통신사들의 대처에서 일부 얻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LG유플러스는 현재 자사 기기변경 고객에 대해 배터리팩 등 스마트폰 액세서리, 외식 상품권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회사측은 기존 가입자를 위한 신규 서비스나 요금제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 등 가입자 모집을 금지당한 상황에서 '멍'하니 있으면 현재 영업정지 상태가 아닌 경쟁사 SK텔레콤과 KT로 가입자들이 우수수 빠져나갈 터다. 그러니 지금 고객을 붙잡는 것이 최선.
LG유플러스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이 회사의 영업정지가 '기기변경'을 위한 최고의 조건으로 돌아온 셈이다.
지금 방통위의 규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이용자들도 정부의 방침 자체를 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휴대폰을 바꿀때 조금 더 저렴하게, 조금 더 많은 혜택을 받고 교체할 수 있다면 정부의 보조금 징계에 왈가왈부 할 이유도 없다.
통신3사가 이번 영업정지를 기점으로 기존 '마케팅 방식'을 되돌아봤으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전국민 5천만 인구를 넘는 통신가입자가 존재한다. 한마디로 시장이 포화됐단 얘기다. 남의 주머니에 있는 가입자를 빼내 내 주머니에 넣기 위해 치러야 하는 돈(보조금)은 점점 그 액수가 커져만 가고, 사회적 지탄도 심하다.
그렇다면 지금 확보한 고객에게 정성을 쏟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안전하고 비용효율적이다.
신규가입자에게 60만원 줄 보조금을 3년 가입자, 5년 가입자에게 월 1만원씩 요금을 깎아준다고 가정해보자. 그 가입자가 통신사를 옮겨갈 이유는 확 줄어들 것이다. 기존 가입자가 휴대폰을 교체하려고 할 때 20만~30만원의 보조금을 주면 또 어떤가.
통신사는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비와 영업을 위한 기회비용을 대폭 줄일수 있고 기 가입자들은은 대부분 '만족'할 수 있게 된다.
방통위도 사업자에 대한 규제정책을 이런 방향으로 풀어나갔으면 한다. 이용자를 차별한 통신사에 벌금을 물린다면, 기 가입자를 우대하는 통신사에는 정부가 인센티브도 줄 수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오랫동안 한 회사를 이용해 온 고객에게 '덤'이라도 조금 더 주고 단돈 '몇푼'이라도 더 할인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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