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CES의 개막식 전날, 전세계가 주목하는 퀄컴의 개막전 기조 연설을 기다리며 어두컴컴한 관객석에 앉아있던 관중들에게 갑자기 '강남 스타일' 노래와 함께 CES를 소개하는 동영상이 펼쳐진다. 모두들 따라 부르면서 어깨와 다리를 들썩인다. 낯선 이국 땅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퀄컴의 기조 연설 마지막은 마룬파이브 공연으로 마무리했다. 싸이와 빌보드 차트 1위를 놓고 경쟁하던 마룬파이브. 2012년 전세계인을 들썩이게 한 싸이의 노래로 시작해 마룬파이브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퀄컴의 개막전 기조 연설은 그 자체로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작품이다. 물론, 싸이의 공연도 함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불과 며칠 전 라스베가스를 방문한 싸이를 또 다시 부르기에는 너무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CES 참가를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운전하는 동안 잠깐 들린 온타리오 시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벨소리는 강남스타일. 순간 시선이 집중되고 급하게 전화를 받아 들었다. 통화가 끝난 후 주위 사람들이 웃으면서 말춤 흉내를 낸다. 그리고 묻는다 "너 한국에서 왔구나?"
그뿐이 아니다. 지난 여름, 미국에서 유럽행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서 수속을 밟는 동안, 공항 직원은 강남 스타일 가사 내용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그 후 모든 절차가 매우 친절하게 진행되었음은 물론이다.
'강남 스타일' 덕분에,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일들은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겪는 일이 됐다. 싸이의 말춤처럼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CES가 개막하는 오늘 아침, 파나소닉 기조 연설에서는 아쉽게도 강남 스타일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디지털 미디어 사업을 설명하기 위해서 잠깐 보여준 데모 영상에 강남 스타일이 등장한다. 바로 미국 주부들의 강남 스타일 말춤 동영상이다.
오전에 방문한 DTS라는 업체의 전시관에는 2층으로 된 구조물에서 4명의 댄서가 강남 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고 있다. 수많은 관람객들이 모여서 노래와 춤을 즐겼음은 물론이다.
당일 오후, 미국 최대의 통신사인 버라이존사 기조 연설에도 강남 스타일에 맞춘 소개 동영상이 선보였다. 사람들의 고개가 노래에 맞추어 좌우로 춤을 추고 흥겨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의 힘이 실로 놀랍지 않은가. 새삼 싸이가 자랑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고마워요~싸이!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부교수/ UC Irvine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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